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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철 꽃게, 기가 막혀!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철 꽃게, 기가 막혀!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안면도로 여행을 갔습니다. 저녁으로 먹은 것은 꽃게, 그러나 여덟 살 딸애는 하필 이날 장염에 걸려 먹지를 못했습니다. 침만 꼴깍 삼키고 있던 딸애는 그 후에 게만 보면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다음에 꼭 태안에 다시 가서 꽃게를 사주겠다고 딸아이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건데 본의 아니게 올봄 병에 걸려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내내 미안해하고 있는데 아내가 인터넷으로 꽃게를 주문했습니다.

 

▲ 인터넷으로 주문한 꽃게(2kg, 가격은 7만 4천원, 9마리) 가격 대비 만족이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던 아내가 고심 끝에 고른 곳은 '박씨네농장'이었습니다. 제철을 맞은 서해안 꽃게를 살 수 있는 사이트는 무수히 많았으나 이용자들의 평가 등을 보고 최종적으로 고른 곳이 이곳이었습니다. 이용한 분들의 평이 모두 좋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자세히 보았더니 연예인 박명수가 운영하는 사이트라고 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나서 아내가 배송 확인 차 '박씨네농장'으로 전화를 했더니 오후에 꽃게잡이 배가 출항을 할 예정이고 이때 갓 잡은 꽃게를 발송할 거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다시 주인에게 연락이 왔는데 주문량이 너무 많아 꽃게가 부족해서 발송이 지연될 거라 했습니다. 어린이날과 겹쳐서 월요일에나 발송이 가능하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꽃게는 잡은 당일 배송 원칙이어서 그런지 싱싱했다

 

아내가 주문한 것은 2kg, 가격은 7만 4천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꽃게를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맛보는 거라 내심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드디어 꽃게가 도착했습니다. 모두 암게, 9마리였습니다. 겉으로도 붉은 알이 보일 정도로 배 부분이 붉었습니다. 큰 것은 한 뼘을 넘었고 묵직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알이 빼곡 차서 붉은 빛이 돈다

 

하얀색으로 반질반질 거리는 꽃게는 한눈에 보아도 싱싱했습니다.

 

 

3마리씩 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일단 바로 넣었습니다. 환자가 한 명 있으니 속이 꽉 찬 암꽃게 9마리를 한 번에 먹기는 무리였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어제 아내가 꽃게를 쪘습니다. 찜통에 5마리만 넣었는데도 가득 찹니다.

 

 

한 30여 분 지났을까요. 찜통이 펑펑 울더니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꽃게를 꺼내었습니다. 음~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아내가 꽃게를 한 마리씩 꺼내어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 냉면이나 국수를 먹는 큰 사발에 가득 찬 제일 큰 꽃게, 지름이 20cm가 넘는다

 

제일 큰 놈은 대접 안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알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게딱지를 열자마자 붉은 알이 꽉 차 있었습니다. 하얀 속살도 물론이고요.

 

 

이러니 옛사람들도 게를 최고의 맛으로 꼽았겠지요.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꽃게의 엄지발(집게자리)을 먹을 수 없는 신세를 한탄했었고, 송나라의 대문장가 소동파도 게의 두 집게다리 흰 살이 절로 밥을 더 먹게 하네, 라고 시를 남겼을 정도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중국 진나라의 필탁은 사시사철 게를 안주삼아 술 마시며 일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고, 고려의 문신 이규보도 게 맛은 술에 가장 맞다, 고 노래한 바 있습니다. 술 하면 빠지지 않는 이태백도 ‘한 손에는 게 발을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데 무엇을 더 바라리오, 라고 하였습니다.

 

 

꽃게를 가위로 자르니 하얀 속살과 붉은 알이 꽉 차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아내가 내 사정을 알았는지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을 미리 덜어주었습니다.

 

식이요법을 하고 있어 먹는 속도가 워낙 더딘 탓에 게를 보며 눈을 자꾸 흘깃흘깃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아~ 이 맛이야. 퇴원 후 처음 맛보는 이 감동적인 맛!!!!

 

 

게에 정신이 팔린 아내와 딸은 침묵.... 나도 어느 새 아프다는 것도 잊고 식식거리며 게걸스럽게 먹었습니다.

 

"여보, 체할라. 천천히."

 

그제야 정신이 번쩍...꼭꼭 천천히 씹기 시작했습니다.

 

 

별도로 남겨 둔 게딱지에 밥을 비볐습니다. 이번에도 아내와 딸애는 환자인 나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에궁, 건데 욕심이 앞서 밥을 너무 많이 담았습니다. 다시 반을 덜어내어 딸애에게 주었습니다. 자꾸 퍼 담는 아빠의 숟가락을 불안하게 보던 딸애, 아픈 아빠라 그만 가져가세요, 라고 말도 못하고 꿍하게 있더니 금세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오랜만에 포식을 했습니다. 퇴원 후 처음으로 나의 친구 '오두막'도 출동, 이 모든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실컷 먹고 나서야 어깨가 쑤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ㅎㅎ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꽃게는 일 년에 두 번 제철이 옵니다.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봄에는 산란 전의 알이 꽉 찬 암게가 제맛이고, 가을에는 차가워지는 날씨와 함께 살이 차오르는 수게가 맛이 좋습니다.

 

게는 뭐니 뭐니 해도 신선해야 제맛이 납니다. 아내가 주문한 '박씨네농장' 꽃게는 배가 들어오는 즉시 선별하여 발송한다고 하더니 정말 싱싱했습니다. 속도 꽉 찬 것이 맛도 좋았고요. 인터넷 주문이어서 반신반의 했으나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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