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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나의 산책길을 소개합니다

 

 

나의 고요한 산책길을 소개합니다

 

퇴원 후 운동이 하루 일과 중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안에서 20분 이상 간단히 몸풀기를 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30여 분 이상 집 앞 '녹지공원'을 걷습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운동이 시작됩니다. 요즈음은 운동량이 늘어 1시간 이상을 걷습니다. 주로 집 앞의 남강을 따라 걷거나 편백나무 숲이 좋은 석갑산을 산책합니다.

 

진주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남강과 야트막하면서도 울창한 숲을 가진 산이 많아 참 좋습니다. 강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나 있고 동마다 산이 있어 등산로가 많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동으로는 촉석루, 남으로는 남강과 망진산, 서로는 진양호, 북으로는 석갑산이 있습니다.

 

 ▲ 집 앞 녹지공원

 

오늘은 제가 평소 산책하는 길을 소개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신안․평거 녹지공원'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를 빙 둘러싼 공원은 전체 길이가 1.8km 정도입니다. KBS방송국에서 담배인삼공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보통사람이 왕복으로 걸으면 딱 좋은 거리입니다.

 

 산책로 옆 길 건너에는 커피 전문점, 식당, 술집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북적대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전원주택 같은 느낌이 납니다. 이곳 상점들의 건물들은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시에서 스카이라인을 제한하여 건축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집들도 모두 제각기 개성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곳에는 '실비 거리'가 있습니다. 마산의 통술, 통영의 다찌와 더불어 경남의 3대 술문화로 일컬을 수 있는 ‘진주 실비’가 있습니다. 수십여 가지의 안주가 나오는데 술값만 내면 되는 특이한 술집이지요. 이곳의 실비, 커피전문점, 맛집 등은 다음에 한 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벤치는 제가 운동 중 자주 앉아 쉬는 곳인데 오늘은 빼앗겠네요. ㅎㅎ

 

 

▲ 최계락 시인 시비

 

녹지공원을 걷다 보면 시비가 하나 있습니다. 시비에는 이형기 시인과 최계락 시인의 시와 약력이 실려 있습니다. 두 분 다 진주 출신의 시인이지요. 최계락 시인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데 이 시를 보면 단박에 '아...' 하실 겁니다.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바로 교과서에도 실린 <꼬까신>이라는 시입니다. 시비에는 <해저문 남강>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최계락 시인은 진주시 지수면 출신입니다. (※ 작년에 제가 최계락 시인의 생가 터와, 시인과 함께 학교를 다닌 분들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기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원의 길은 아주 역동적입니다. 나무를 심고 잔디를 가꾸어 단순히 길을 낸 여느 공원과는 달리 걷는 동선에 따라 보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서 좋습니다. 공원을 걷다 조금 답답하다 싶을 땐 도로를 건너면 바로 남강이 나타납니다.

 

▲ 다리(천수교)너머로 촉석루가 보인다

 

집에서 강까지의 거리도 300m 정도입니다. 천수교에서 습지원까지 5km를 이날 걸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상당히 무리했다는 걸 알았지만 기분만은 좋았습니다. 남강에 서면 제일 먼저 건너편 벼랑이 눈에 들어옵니다. 벼랑 아래로 난 철길에는 이따금 기차가 지나가고 강을 따라 난 찻길에는 차가 쌩쌩 달립니다.

 

▲ 남강

 

멀리 촉석루가 보입니다.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도 이곳 진주 출신입니다. 이 남강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륜이 읊은 시가 있는데 오늘따라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패스~.(수술 때 마취를 오래해서인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간혹 들곤 합니다.) 다만 고려 중기의 문인 이인로가 <파한집>에서 ‘진양(진주)은 옛 도읍 터로 아름다운 산천은 영남의 제일이다, 고 했다는 말은 떠오르는군요.

 

 

지금은 강을 따라 길게 유채를 심어 강변이 온통 노랗습니다. 걷는 길은 강을 바로 옆구리에 끼고 있어 더욱 좋습니다. 시원한 강바람이라도 불면 그 상쾌함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전거 길은 안쪽으로 나 있습니다.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도 해줍니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강변을 달리면 도심 어느 곳이라도 이를 수 있습니다. 건데 이 할아버지는 산책로를 자전거 길로 착각하셨나 봅니다.

 

▲ 남강변에는 유채꽃이 만발했다

 

남강은 아직 수질이 좋아 시민들은 이곳에서 낚시를 즐깁니다. 비가 와서 진양호에서 방류라도 하는 날이면 강변에는 강태공들로 빼곡 찹니다.

 

▲ 습지원

 

최근에 개통한 희망교 아래를 지나면 ‘습지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강변 습지 공원인데요. 진주 시민들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한갓진 곳이지요. 건데 이곳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라 지금은 한창 공사 중이더군요.

 

공사 중이라 출입제한을 하고 있었지만 '금지되지 않은 것을 금지되었다 여기고/진정으로 금해야 할 것은 금하지 않는 자들은...낮고 고통스런 세계에 떨어질 뿐이다'는 법구경의 한 구절을 외며 저는 꼭 현장을 봐야겠다는 일념 하에 복대를 꽉 쬐고 들어갔습니다.

 

 

예상대로 습지원은 중장비로 온통 뒤엎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더군요. 문득 두려웠습니다. 예전의 그 한갓진 모습이 퍽이나 좋았는데요. 물론 새로 입주한 주민들의 좋은 휴식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지요. 올 8월, 공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예전의 그 자연스런 습지원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곳에 들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나무와 몸을 섞는 바람소리와 그 소리에 놀라 지저귀는 새소리만 가득하지요. 이따금 시샘을 하며 '꺼...억' 소리를 내는 강물도 그러하고요.

 

▲ 석갑산 편백나무 숲

 

집에서 700m 정도를 가면 석갑산이 있습니다. 아주 낮은 산인 데도 숲은 울창합니다. 석갑산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편백나무 숲입니다. 수만 그루의 편백이 숲을 이루고 있어 피톤치드를 마구마구 뿜어냅니다. 저 같은 암환자에게는 멋진 숲길이지요. 편백숲길은 1km 남짓 이어집니다.

 

 

 

삼일 전에는 이 산에서 고라니도 보았습니다. 고라니를 본 그날 밤은 무척 행복해서 단잠에 빠져들었습니다.

 

◀ 삼일 전 석갑산에서 본 고라니

 

 

 

 

 

 

 

 

석갑산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고려 고분군'입니다. 수십 기에 달하는 고려 시대의 고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 가치성과 중요도를 인정받아 '사적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고분군은 고려 중·후기의 가족 공동무덤으로, 돌에 무덤의 주인공 이름과 연대를 새겨 축조연대를 알 수 있는 진주지방 호족의 무덤으로 희귀한 자료입니다. (※ 고려 고분군에 대해서는 몸이 회복되면 다음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고려 고분군 1호분 대상공 정열의 묘

 

 

 

 

석갑산 편백나무 숲

 

▒ 위 사진들은 모두 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아직 카메라를 들기에는 무리가 있더군요. 몸이 회복되면 진주의 걷기 좋은 코스를 발굴하여 소개하겠습니다. 분명 여행자들도 걷기 좋은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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