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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고객 나 몰라라. 방치된 관광안내소의 실태

 

 

고객 나 몰라라, 방치된 관광안내소의 실태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변산으로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사실 아직 저에게는 조금 무리가 있는 여행이었지만 아내가 운전을 도맡아하고 휴게소에 자주 쉬는 것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아내가 간식을 챙기는 동안 저는 종합안내소(관광안내소)를 찾았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오면 습관적으로 찾는 곳입니다. 그 지역의 지도, 팜플렛, 인터넷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내소 주위는 다른 행사로 어수선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야 안내소가 있

 

제가 들른 주암휴게소의 종합안내소는 바깥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별도로 없고 식당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거기까지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다음 상황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안내원이 보이지 않아 안내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어이없는 광경이 펼쳐졌던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놓인 지도들, 지도를 묶었던 고무 밴드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박스의 노끈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습니다. 아예 박스째로 그대로 담긴 안내책자들도 있었고, 일부 박스는 한쪽 부분이 뜯겨져 있어 창고인지 안내소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바닥과 선반에 쓰레기까지 나뒹굴어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오더군요.

 

 

“저기요. 00지도가 있을까요?”

“....”

“저기요. 00지도가 있냐고요? 손님이 와도 본 체도 안 하고....”

누군가 싶어 돌아봤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나를 보고 직원으로 착각한 모양.

“죄송합니다만, 저는 직원이 아닌데요.”

그제야 급 사과를 하더니

“어쩜, 안내소가 이럴 수가 있어요. 안내원도 없고 지도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팽개쳐 있고... 무슨 창고도 아니고.”

결국은 그녀의 남편이 나서서 쪼그려 앉더니 박스를 뜯어 지도를 일일이 찾아야 했습니다.

 

 

휴게소 바깥으로 낸 창문도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행사를 한다고 현수막으로 창문을 아예 봉쇄해버렸습니다. 창문에 붙여진 전국지도는 주위를 둘러싼 전시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그 행사는 옆 공터에서 해도 좋을 듯했는데, 굳이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이곳을 차지했습니다.

 

행사로 인해 창문도 봉쇄, 휴게소 내에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행사할 공간은 많았다. 아마 이곳이 사람들의 출입이 가장 많은 곳이라서 행사를 하는 모양.

 

 

다음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맞은편 하행선 주암휴게소에 들렀더니 그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상행선 휴게소만 그런 게 아니라 둘 다 안내소가 형편없다면 이건 아무래도 주암휴게소를 관리하는 사람의 문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리가 안 된 주암휴게소 종합안내소(좌)에서 지도를 찾고 있는 고객과 잘 정돈된 산청휴게소 종합안내소(우)와 안내원

 

우리 땅 곳곳을 여행하면서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거의 다 둘러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종합안내소를 이렇게 방치하는 휴게소는 처음인 것 같다. 이 주암휴게소는 예전 장승으로 휴게공간을 잘 꾸며 놓아 여행자가 멋진 휴게소로 소개한 적도 있었는데 사정이 이러하니 더욱 안타깝다.

 

현재 우리나라의 관광안내소는 단순한 안내와 지도배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 있는 안내소는 도로공사에서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고속도로 휴게소의 안내소는 안내원에 의한 인적서비스, 팜플렛․책자 등을 통한 문헌정보 서비스,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 등의 3박자를 맞추어 고객에게 요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필수요소이다. 휴게소 측과 도로공사에서는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개의 휴게소 관광안내소들이 1개소 1인 근무체제로 열악한 환경이어서 수준 높은 관광안내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데, 이곳은 아예 1명의 인력조차 배치하고 있지 않다. 안내원이 없는 것은 백 번 이해하더라도 팜플렛, 지도 등이라도 정돈해서 배치하고, 컴퓨터․ 팩스 등의 활용, 청소라도 깔끔히 해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은 없도록 노력해야겠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며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는 휴게소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그 지역의 관광․여행을 비롯한 먹거리, 그 지방의 상품, 문화를 알려줄 수 있는 무한한 자료와 정보가 넘치는 장소로 활용되어야 한다.

 

잘 정돈된 산청휴게소, 대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종합안내소는 1인 안내원과 컴퓨터, 지도 등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최상의 서비스가 아니라 최소한의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