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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머루를 처음 맛본 여덟 살 딸애의 반응




머루를 처음 맛본 여덟 살 딸애의 반응

시골 고향집에 갔더니 온통 꽃이었습니다. 팔순 노모가 평소 가꾸신 것입니다. 집 마당의 일부를 텃밭으로 바꾸어 호박, 무, 콩, 배추 등 각종 채소를 가꾸고 있습니다. 밭 주위로는 나무와 꽃을 심어 시골집답게 하였습니다.


마당에 핀 봉숭아를 보고 여덟 살 난 딸애가 손톱에 물들이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초등학생이니 직접 하라고 했더니 저렇게 꽃잎을 따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음을 봉숭아도 모르지는 않나 봅니다.


딸애는 금방 한 움큼의 봉숭아 꽃잎을 땄습니다.


꽃잎을 딴 아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찧었습니다.


한참이나 찧고 나서 엄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잘 찧은 봉숭아 꽃잎을 손톱에 올린 후 랩으로 칭칭 감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는 랩을 떼어내더군요. 답답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사실 속내는 손톱이 언제 예쁘게 물들지도 모르는데 무한정 랩으로 감고 있는 게 마뜩잖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네 인생이다."


잠시 후 아버지 산소에 갔던 형이 산에서 머루를 따왔습니다. 도시에서만 자란 아내도, 아이도 처음 본다며 난리입니다. 아주 탐스럽게 생겼습니다. 말 그대로 포도보다는 대여섯 배는 작은, 콩알만 한 크기입니다. 아내도, 아이도 한 알을 떼어 입에 넣습니다. "에이, 이게 뭐야." 아이가 떫은 표정을 지으며 곧장 머루 씨와 껍질을 뱉어 냅니다. 아내도 말을 안해서일 뿐이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촌놈들(?)" 급기야 제가 나섰습니다. 머루는 포도와 달리 껍질과 씨를 버리면 씹는 맛도 없을 뿐더러 먹을 것도 없습니다. 먼저 머루 한 송이를 들게 한 후 10알정도 따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입안에 탁 틀어넣고 껍질과 씨 채로 꼭꼭 씹으라고 했습니다. 의심 반, 두려움 반으로 나를 보던 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씩씩하게 씹습니다. 아내도 '오호!'하며 고개를 끄떡입니다.

아이는 처음과는 달리 머루를 끝까지 씹어서 먹었습니다. "어때, 맛있지." "그냥 그래, 더 먹기는 싫어.". 참 냉정한 놈이네. 어른인 아내는 조금 낫습니다. "의외로 고소하네." 하며 한참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머루와인이며, 머루포도며 그제야 머루에 대해 아는 척을 합니다. 도시 촌놈은 촌놈이로고.

※ 여행글만 쓰다 보니 습관적으로 <여행>채널로 글을 잘못 송고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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