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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깊은 산속, 나무에 장승 새긴 까닭




깊은 산속, 나무에 장승을 새긴 까닭

모산재는 기암괴석의 바위산이지만 산 능선은 넓은 암반을 이루고 있다. 산길은 철쭉제로 유명한 황매산으로 곧장 이어지고 폐사지의 으뜸 영암사지로 내려간다.


높이 767m인 모산재 정상에서 황매산성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었다. 모산재는 온통 바위산이라 좀처럼 숲을 볼 수 없는데 정상에서 무지개터 가는 길에 잠시 숲이 나타난다. 모처럼 푹신푹신하게 발에 감기는 육산을 걷는 맛에 빠져 있는데 앞서가던 형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햐, 누가 그랬을까. 참 잘 깎았군.”


뭔가 싶어 자세히 살폈더니 나무에 장승이 새겨져 있었다. 나무를 베어 내고 장승을 깎아 다시 세운 것이 아니라 서 있는 나무에다 그대로 장승을 새겼다. 혹시나 싶어 몇 번이나 확인을 해보았지만 산 나무에 조각을 한 것은 아니고 나무가 죽은 후에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깎은 듯하다.


어느 장인의 솜씨인지 대단하다. 죽은 나무를 베어 내어 사용하지 않고 땅에 뿌리를 박은 나무에 그대로 장승을 새긴 발상 자체가 놀라웠다. 휘어진 나무의 곡선이 곧 장승의 몸이 되어 자연스럽다.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이 이 나무에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바람개비 장식을 하여 단조로움을 피했다.


장인은 왜 이 깊은 산중에 장승을 새겼을까. 인근 황매공원에 장승이 몇 기 있는데 그곳에 세우면서 이곳에 장승을 새긴 것은 아닐까 싶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장승이 어찌하여 깊은 산중까지 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그래도 드는 걱정, 혹 산 나무에 장승을 새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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