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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어느 까도녀의 첫 운전 그러나...





어느 까도녀의 첫 운전 그러나...

여주에서 포천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국립 수목원이 가까워지자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더니 급기야 길 위에 멈춰버렸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딱히 대화할 상대도 없어 음악을 들으며 도로가 뚫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앞을 보고 있는데 웬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초보운전 안내 문구이겠거니 여겼었지요. 차 두 대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다 글자도 반쯤 가려져 있어서 정확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에 신호가 바뀌자 차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에 있던 그 차가 옆 차선으로 이동했습니다. 잠시 움직이다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자 다시 멈추었습니다. 그제야 차 뒷면에 적힌 글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난 후 혼자 껄껄 웃었습니다. 지루한 장거리 운전에 웃음 한 방 제대로 주었습니다.

“어제 면허 받았어요!!
빵빵하면 긴장되어 엑셀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어요.
까도녀가 타고 가는 중
부~웅~~”


문구를 적은 운전자의 착상이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혹 그냥 ‘초보운전’이라고 적거나 기발한 문구를 적어 재미를 주는 경우도 더러 보았지만 오늘과 같은 문구는 또 다른 웃음을 주었습니다.

파란불로 바뀌어 저의 차가 까도녀의 차 옆으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재미있는 문구를 적은 까도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였습니다. 곁눈질로 흘깃 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운전자는 까도녀가 아닌 남자였습니다. 겨를이 없어 옆 좌석은 미처 살피지 못했고요. 혹시 복잡한 길이여서 까도녀 대신 남자 분이 운전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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