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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합천호 깊숙이 숨은 정자, 현산정


합천호 깊숙이 숨은 정자
, 현산
- 합천호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누각



최근 합천호 주위가 각광을 받고 있다. 봄이면 합천읍에서 합천호가 있는 대병면까지의 백여리가 벚꽃길로 장관을 이룬다. 이 길은 산악지형인 합천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평탄한 길이다. 황강의 은빛 모래가 햇살에 빛나고 영상테마파크와 보조댐, 용문의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진다.

봉산면 일대 멀리 오도산이 보이고 현산정도 이 길 어드메에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이 평탄한 길이 아니다. 합천을 꼭 빼닮은 구불구불 하늘로 치닫는 길이다. 합천호 전망대에서 호수를 우측에 끼고 도는 길이다. 이 길은 비탈이 심하지만 한적하니 최상의 자동차 여행길이 될 것이다. 송씨고가, 옥계서원, 현산정을 거치는 길은 가뭄이 심한데도 깊고 푸른 호수를 볼 수 있다.

현산정 가는 소롯한 길

합천호를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으뜸은 물론 악견산을 비롯한 삼신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것이다. 합천호 전망대에서 보는 호수 풍경은 밋밋할 뿐이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곳은 바로 봉산면 일대이다. 산이 높고 물이 깊어 인공적인 호수의 맛이 아니라 자연스런 호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현산정玄山亭. 합천군 봉산면 봉계리에 있다. 현초 김시용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26년에 세워진 그닥 오래되지 않은 옛 집이다. 원래 이곳에서 4km 떨어진 노파리에 있었으나 합천댐 공사로 수몰을 피해 1988년에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포근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현산정은 길에서 보아도 단연 눈에 띈다. 높이 솟은 정자의 처마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하다. 멀리 합천호 주위의 명산들이 손에 잡힐 듯 말 듯 아스라이 펼쳐진다.


정자 건물은 ㄱ자형의 2층 누각이다. 정방형의 정원이 소담하게 꾸며져 있고, 대문채가 이 건물의 전부이다. 정자 자체도 볼거리이나 아름다운 호수를 안마당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현산정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합천호 깊숙이 숨은 현산정, 찾는 이가 없어 대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한적한 호수가 그리운 자, 메마른 겨울 풀숲을 거닐고 싶은 자, 깊은 적막에 바람소리만 듣고 싶은 자는 현산정을 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