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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황금빛에 물든 조선 정원의 백미 '영양 서석지'

황금빛에 물든 조선 3대 정원 '영양 서석지'
- 빼어난 수석과 정자 그리고 은행나무

                                                     서석지는 조선 3대 민간 정원 중의 하나다.

안동에서 임하호를 지나 영양으로 가는 길은 색다른 길이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낙동강이 거대한 호수로 밀려 드는가 싶으면 겹겹이 산맥들이 줄달음친다. 호수와 산이 번갈아 보여주는 내륙의 풍경에 눈이 호사스럽다. 산촌의 가을은 무르익고 여행자의 마음은 쓸쓸하니 외롭지만 풍요롭다.

                                                                           경정

일월산, 통고산, 백암산 등 1,000m 가 넘는 태백산맥이 영양군을 둘러싸고 있다. 고지대이다 보니 이곳에서 느끼는 풍경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강원도와 엇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맛을 나는 길 위에서 느꼈다. 산세가 드세니 영양은 선비가 많이 배출된 고장이기도 하다. 그런 전통으로 시인 조지훈, 오일도 등이 이 땅에서 태어났고 이문열이 집필하던 작업실이 여기 있으니 문향으로 이름 또한 높다.

주일재와 사우단

영양英陽.
햇빛이 넘치고 밤낮의 기온차가 커니 자연 고추의 맛과 향이 뛰어나고 색깔이 곱고 선명하다.
아직도 흙벽으로 된 고추 저장소를 마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석지는 석문 정영방이 광해군 때 조성한 정원이다.

선돌이 있는 입암면 연당마을의 동구 밖에는 선돌과 남이포가 있다. 일월산에서 발원한 반변천이 청계천과 만나는 곳에 있는 남이포는 깍아지른 절벽과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예부터 경승지로 이름나 있었다.

400년 이상 묵은 은행나무가 서석지의 경관을 한층 아름답게 한다.

마을의 수문격인 선돌과 남이포를 지나 동천이라 불리던 청계천을 얼마간 따라가면 서석지이다. 서석지는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으로 손꼽힌다. 태백산의 산줄기와 일월산 좌우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서석지가 자리하고 있어, 이곳은 단지 내원內苑일 뿐이고 주변의 물과 산이 외원外苑을 이루고 있는 장대한 정원인 셈이다. 옛사람들은 주어진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여 정원을 만들고 주위 자연을 더 넓은 정원으로 인식하였다. 그리하여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냈던 옛사람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마을 입구의 공터에 차를 세우니 바람이 분다. 일순 강풍인가 싶더니 하늘이 온통 황금빛이다. 은행잎이 나를 홀리는 듯 강한 바람에 후드득 떨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이내 바람은 멈추어 버린다. 야속하다. 사진은 순간이 좌우하는 법인 데, 한참을 기다려도 다시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자 수백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은행나무 아래로 마을 아낙네들이 하나 둘 모여 든다. 바람이 준 선물을 담기 위해 저마다 마대 자루를 하나씩 가지고 나무 아래를 훑기 시작하였다.


서석지의 대문은 정면에서 옆으로 비껴 있다. 주인이나 손님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각별하다. 곧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은 미처 손님맞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손님도 본의 아니게 결례를 하게 된다. 주인과 손님을 위한 이 작은 배려는 우리네 선조들의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어 흐뭇하다.


정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작은 연못인 서석지가 눈에 띈다. 여름날 연못을 가득 채웠을 연꽃 대신 황금빛 은행잎들이 물 위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연못을 팔 때 땅 속에서 상서로운 돌이 나와 그 이름을 서석지瑞石池라 하였다 한다. 지금 봐도 땅 속에서 나온 돌이라고 보기에는 돌의 생김이 예사롭지 않다. 선유석, 어상석, 낙성석, 희접암, 옥계척, 와룡암 등으로 이름 붙여진 20여 개의 바위가 연못에 촘촘히 박혀 있다.


연못가에는 연못과 은행나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인 경정敬亭과 서재인 주일재柱一齋가 있다. 주일재 앞의 사우단에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 국화 등을 심어 선비의 절개를 드러내었다. 소쇄원과 부용동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령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서석지의 경관을 한층 아름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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