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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단풍과 기암절벽이 절묘한 '방호정'

단풍과 기암절벽이 절묘한 '방호정'
- 신성계곡의 빼어난 풍광에 넋을 잃다


주왕산을 비롯하여 '산투성이' 인 청송은 빼어난 절경을 곳곳에 숨겨 두고 있다.
 인근의 고속도로와 최근의 포장길만 아니라면 예전 '오지 중의 오지'라는 별칭은 지금도 유효하다.



첩첩 산이 병풍을 둘렀고 기암절벽 아래를 구불구불 흘러가는 계곡이 수십리. 청송 곳곳에 숨은 비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현동에서 신성계곡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딱뜨리는 풍경이 '방호정'이다.


방호정은 길안천 건너 바위벼랑에 우뚝 솟아 있다.
금새라도 날아갈 듯 하면서도 주위 암산에 아늑하게 둘러쳐 있어 안정감을 준다.



방호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를 가로지르는 철다리를 건너야 한다.
한적하니 아름다운 방호정 주위 풍광에 비해 이 철제다리는 왠지 모를 위압감을 준다.

 

길안천에는 할아버지와 손자뻘 되는 아이들 밖에 없다. 아니 족히 수백년은 되었을 법한 천변 느티나무 아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늦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따금 허공을 가르는 아이들의 쾌활한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평온한 가을의 오후였다.


다리를 건너니 은행 융단이 길손을 맞이한다. 황금빛 은행잎이 만들어내는 이 옐로우 카페트를 밟고 오르면 본격 무대인 방호정이다. 방호정 마루에 걸터 앉아 내려다보는 길안천의 풍광은 일품이다.


방호정方壺亭.
조선 광해군 11년인 1619년에 방호 조준도가 지었다. 어머니 권씨의 묘가 바라보이는 이곳에 정자를 지어 어머니를 생각하는 사친 또는 풍수당이라 하였다. 방호선생은 이곳에서 창석 이준, 동계 조형도, 풍애 권익, 하음 신즙 등과 학문을 논하고 산수를 즐기었다.

가을 단풍 여행은 방호정에서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