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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아내 덕분에 가게 된 '나미나라공화국'

아내 덕분에 가게 된 '나미나라공화국'
- '겨울연가'의 남이섬을 가다.



길 위에서 나는 번잡한 곳을 피한다.
딱히 피하고 다닌다기 보다는 발걸음이 절로 한적한 곳으로 향한다.


그러다보니 덜 오염된 암자와 섬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나의 여행 식성은 잡식성이지만
암자와 섬을 찾는 것은 일종의 중독에 가까운 것이었다.


강원도 여행을 앞두고 아내가  말하였다.
이번에는 가족여행이니 만큼 '남이섬'을 가보고 싶다고..


'겨울연가'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내에게 남이섬과 춘천은 로망 그 이상이었다.
나의 여행 방식은 어린 딸과 여자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좋아하는 아내로서는 그리 탐탁지 않은 것이었다.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 남이섬이라 하였다.

사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였기에 아내의 제안은 다소 뜬금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아내의 남이섬에 대한 갈망은 너무나 강렬하였기에 이번에는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사실 일본 온천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어려워진 경제와 엔화 강세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자 매서운 바람이 불어 왔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지만 저마다의 로망을 품고온 연인들로 선착장은 북새통이었다.


'나미나라공화국'
육지 속의 섬인  남이섬은 이미 하나의 공화국이었다.
자체 입국 수속과 장기 여권도 있어 제법 독립 공화국으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입국 수속을 밟고 공화국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배는 인산인해였다.
중국, 일본, 동남아에서 온 듯한 외국인들도 눈에 쉽게 띄었다.


매서운 강바람이 불었지만 그녀는 행복해 하였다.
여지껏 여행을 다니면서 그렇게 흡족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남이섬은 청평호수 위에 떠 있다. 육지의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고 섬 곳곳에서 정성스런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남이섬을 들어서면 입구 좌측에 '남이장군의 묘'가 있다. 섬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28세에 병조판서에 오른 이 뛰어난 인재가 유자광의 모함에 걸려 생을 마치고 이곳에 묻히었다.





살아서 이루지 못한 그의 기개가 죽어서 실현된 것일까. 남이섬은 이제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불린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가 있어 별도의 입국 수속이 필요하고 섬안에서는 '나마이카'라는 전용 기차도 있다.





사랑을 들고 껴안고 욕망으로 가득찬 마음을 비우고
색깔 없는 삶의 짐들은 어딘가에 벗어둔 채
인간이 자연의 모습으로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태초부터의 평화를 함께 나누어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