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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단풍이 지겹거든 동해 풍차 보러 가자

단풍이 지겹거든 동해 풍차 보러 가자
- 영덕풍력발전단지와 강축해안도로


동해안 국도의 대명사 7번 국도는 새단장 중이다. 기존의 정겨운 2차선 도로는 어느덧 번듯한 4차선 도로로 탈바꿈하였다. 7번 국도는 이제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는 이름을 뒤로 하고 러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아시안 하이웨이의 거창한 구호 아래 대륙으로 뻗어 나갈 웅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동해안을 찾는 이들은 대개 편리한 7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지만 간혹 해안 쪽으로 바짝 붙어 있는 지방도를 택하면 여정은 훨씬 풍요롭다. 영해에서 대소산 봉수대 가는 길을 거쳐 축산항, 해맞이공원, 창포리 풍력발전소를 지나는 918번 해안길은 동해안 해안도로의 대표작이다.


강구항과 축산항을 잇는 이 해안길은 강-축 해안도로라 불린다. 7번 국도의 새로움이 동해 바다를 멀리 했다면 굳이 이용할 필요 없다. 옛 7번 국도의 아름다운 기억을 더듬어 보고 간혹 바다로 곧장 빠지는 조붓한 해안길을 찾아 가자. 동해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그 맛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창포리 일대의 해안도로는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 온다. 바다로 빠질 듯한 해안길에 매료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갈매기들이 길동무를 한다. 갯바위는 낚시꾼들의 차지이고 간혹 둥지를 빼앗긴 갈매기들이 낚시꾼 주위를 배회하며 안타까운 날개짓을 한다.
 


해송이 울창하던 창포리 일대는 1997년 산불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 이 불모의 땅에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수만 종의 야생화와 수백 그루의 나무를 심고 해를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창포리 일대의 산비탈을 올라가면 거대한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바람이 매서운 이곳의 특성을 감안하여 수십 기의 풍차가 건설되었다. 멀리서 보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풍차는 가까이서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높이가 80m 이고 날개의 길이가 82m 정도이다.



경사가 심한 길을 올라서면 장쾌한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번잡한 진입로를 얼마간 벗어나면 억새가 만발한 비포장길이다. 초입의 붐비던 사람들을 뒤로 하고 길 깊숙이 들어간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끝에 바람이 분다. 거대한 풍차가 날개짓을 하니 억새도 덩달아 몸짓을 한다.


이곳은 야경이 빼어나다고 한다. 풍차와 곳곳에 설치된 조명이 환상적인 밤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풍차가 선 시원한 전망은 일출을 머리 속에 그리게 한다. 바다 끝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황홀해진다.


제주도 서안의 용당과 동쪽 바다의 행원풍력발전단지를 이미 보았었다. 제주도의 풍력단지는 바다와 해수면을 나란히 하고 있어 상승감을 주는 데 비해 이곳은 바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시원한 바다 전망과 겹겹이 이어지는 산능선의 장엄함, 구부러진 도로와 해안절벽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방송도, 신문도, 인터넷도 온통 단풍 이야기 일색이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제 조금 지겨울 법도 하다. 단풍에 지친 이들이여! 장쾌한 동해 바다에서 색다른 여행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