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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합천호의 재미있는 장독 작품들




합천호의 재미있는
장독 작품들

- 질박함이 때론 아름답다.(고향 이야기1)



오랫만에 고향을 찾았다. 합천이 고향이면서도 해인사를 수년 전 처음 가봤었다. 정작 발밑은 보지 못하면서 전국을 떠돈 셈이라 심히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이참에 고향을 둘러 볼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 여정은 합천호를 우측으로 끼고 도는 것이다. 합천호 호반도로를 일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뚜렷한 목적없이 합천호를 돌다 햇빛 넘치는 마을이 있으면 들리고 전망좋은 곳이 있으면 쉬어갈 뿐이었다. 내 고향을 그저 느끼고 싶고 가슴에 담아둘 요량으로 말이다.


고향집에서 출발하여 1089번 지방도를 따라 합천호 전망대가 있는 대병면에서 합천호를 처음 맞이한다. 송씨고가와계서원을 거쳐 59번 국도를 따라 봉산면으로 향한다. 현상정, 오도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26번 국도로 진입하여 묘산면 묵와고가, 화양리 소나무를 구경하고 다시 24번 국도로 마령재를 넘어 합천으로 길을 돌려 함벽루에 이른다. 함벽루에서 황강 물줄기를 거슬려 합천호 백리 벚꽃길로 합천영상테마파크, 용문정을 지나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가뭄이 심하여 메마른 호수는 삼고마을에 이르자 수량도 풍부하여 한겨울 푸른 물빛이 좋다. 마을의 유래는 잘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인가가 있었다고  한다. 합천이씨, 안동장씨, 밀양박씨가 살고 있다. 산이 높으니 물이 높고 자연히 사람도 높아져 삼고三高라 했을까. 삼고마을의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는 합천호 풍광이 으뜸이다.


삼고마을에서 비탈길을 내려오자 봉계리이다.
약 500여 년 전에 마을이 형성되었을 정도로 마을의 유래가 깊다.
 
개울이 마을 앞에서 합수하여 '걸안'이라고도 하였는데,
 그후 마을이 크고 오래도록 편안하다는 의미에서 '거안'으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마을 앞 공터에 장독이 있어 가까이 가보니 갖은 형상을 띄고 있다.
ㅇㅇ식당 앞에 같은 모양의 장독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식당 주인의 작품인 듯하다.


모든 것이 작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고무대야, 기와, 유리병, 장독, 솥, 솥뚜껑, 분리수거함
일상에 있으면서도 쉬이 잊고 사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유용한 작품의 제재가 되고 있다.


이곳에 이르러 물빛이 깊어진 합천호와 따뜻한 겨울 햇살이 투박한 장독을 한층 정감어리게 한다.
일상의 흔적들이 질박하지만 정겨운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장독에 그린 표정들이 다양하다.
조금은 애살맞은 얼굴들은 장난기 많은 아이가 제멋대로 그린 듯 자유분방하다.
우연히 보게 된 장독으로 인해 한층 흥미롭고 따스한 여행이 되었다.





일상에 지친 이들은 길을 떠난다.
일상을 벗어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만난 또 다른 일상들,
나와는 다른 그 일상으로 힘을 얻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사실 우리가 본 일상은 또 다른 일상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마음이 빚어낸 결과일 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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