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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바람, 햇살, 물, 모래가 빚어낸 사진




바람·
햇살· 물· 모래가 빚어낸 사진

- 황강에서 저무는 해를 보다(고향이야기2)


 대가야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황강은 유유히 흐른다.
황강黃江.
어릴 적 동네 여인네들이 모래찜질을 하러 자주 찾곤 하였다.


지금이야 상류에 댐이 들어서 물이 예전만 못하지만
댐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물빛이 아름답고
모래가 고운 강이었다.


황강변 제일의 풍광을 자랑하는 함벽루 아래 벼랑길로 나섰다.
겨울 철새가 이따금 차가운 강물을 유영한다.
햇살에 모래가 반짝이고
바람이 강물을 깨운다.



인간이 세운 정자가 제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애초 자연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움이 있었으랴.


흘러 흘러온 강물이 절벽을 만들고
물길이 모래톱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햇살이 색의 대조를 만들고
바람이 물을 움직이게 한다.




함벽루 건너 강변을 한없이 걸어 본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오늘만큼은 따사롭다.
딱히 무엇을 바라고 온 것도 아니지만
그저 출렁이는 물살이 마음을 동하게 한다.


빛이 없다면 어둠도 없듯
바람이 없다면 물결도 없으리라.
자연이 만들어낸 이 작품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은 애초 부질없는 짓이리라.


기어이 담아보지만
내가 담은 것은 내가 본 것이 아니었다.


저무는 황강에서 지는 해를 보다 문득 인간을 생각해본다.
차가운 건 겨울이 아니라
인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