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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가장 규모가 큰 홍교, 벌교 횡갯다리

가장 규모가 큰 홍교, 벌교 횡갯다리.


벌교. 소설 '태백산맥'의 고장이다. 십 수년 전에 태백산맥을 읽고 밤기차로 벌교를 다녀 간 적이 있었다. 여수에서 돈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하지 말라던 말이 귓가에 선명한 날 밤에 벌교에 도착하였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가죽 점퍼를 입은 사내 둘에 저으기 놀라곤 했었다.

읍내에서 홍교를 건너면 소설 태백산맥 속의 '김범우의 집'이 있는 봉림리이다.

소화다리와 김범우의 집으로 추정되던 고가, 철교, 벌교역 등 소설에 나오는 곳을 이리저리 쏘다니곤 했었다. 성벽처럼 높은 담이 둘러쳐진 그때의 고가는 지금 보성군에서 김범우의 집으로 추진하고 있다. 갯내음 가득한 벌교천에 줄지어 서 있는 마을의 밤이 무척 황량하게 느껴졌던 겨울날 밤이었다.


'김범우는 홍교 앞에 이르러 발길을 멈추었다. 기차역까지 나가자면 천생 .....' 소설 속에 홍교는 지주인 김범우가 살던 봉림리 자택과 읍내로 연결되는 다리이다. 양심적 지주인 김사용과 고뇌하는 지식인 김범우가 살던 소설 속의 무대가 읍내에서 홍교를 건너면 있는 봉림리이다.


무지개 모양을 닮은 홍교는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원래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뗏목다리가 있었다. '벌교筏橋'라는 지명도 예전에 이곳에 있었던 '뗏목다리'에서 유래하였다.



숙종 44년인 1718년에 이곳 주민들이 뗏목다리를 놓았는데 1728년에 홍수로 다리가 무너지자 영조 5년인 1729년에 선암사의 초안선사가 홍교를 세웠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편히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월천공덕越川功德'이라 하는데 중요한 보시로 꼽고 있다. 그뒤 1737년에 다리를 새로 고치면서 3칸의 무지개 다리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홍교는 벌교천 위를 걸쳐진 돌로 만든 무지개 다리이다. 전체 길이 27m, 높이가 3m, 폭이 4.5m 정도이다. 지금의 모습은 1981년에서 1984년 까지의 보수공사를 통해 홍교의 밑부분과 외벽의 시멘트를 걷어 내고 화강암으로 교체하여 원형을 찾게 되었다.

벌교 홍교 중수비군

읍내 쪽의 홍교 입구에는 '벌교 홍교 중수비군' 이 있다. 도로변에 모두 5기의 비가 있는데, 홍교의 고친 내력과 참여자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비문의 대부분이 마모가 심하거나 훼손되어 판독이 어렵다는 것이다.


홍교는 무지개다리, 아치교, 홍예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 홍교는 단교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큰물이 나면 다리가 끊어져 사람의 통행이 끊어진데서 유래되었다. 다리 위를 건너는 이가 없을까 한참을 기다렸지만 바람이 유독 심하고 날씨마저 흐린 날에 오가는 사람을 기대하는 건 애초 무리였다.

벌교 홍교는 보물 제30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근래에 다소 생경스럽지만 기존 홍교 옆에 다리를 새로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