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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신이 빚은 최고의 지하 궁전-고수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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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곰이 새끼곰을 안고 있는 모습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우면서도 부질없는 것인가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여실히 알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고수동굴'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다 여행지에서 일정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였다. 사실 고수동굴의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딱히 가야될 이유를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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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동굴이 만들어 놓은 형상들이 아름답다고들 하였지만 관광객으로 넘치는 이곳을 아무 거리낌없이 가기에는 나의 여행방식이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행 이튿날 서둘러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단양읍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니 이내 고수동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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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아니나 다를까. 몰려드는 차량들, 이리저리 무리를 지어 다니는 관광객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주차요원들, 고수동굴 주차장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정신이 얼얼하다. 이렇게 붐비는 여행지는 정말 간만이다. 다시 돌아갈까. 를 몇 번이고 생각하다 아내에게 돌아가자고 하였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아는 아내인지라 돌아가자고 하면서도 혹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들어가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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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하는 아저씨에게 동굴안에서 사진촬영이 가능하냐고 물어 보니 아무 대꾸도 없이 앞으로 빨리 가라고 재촉만
한다. 물음에는 아무 대답도 않고 주차관리에만 여념이 없다. 멀리 상냥해 보이는 아가씨가 주차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촬영이 가능하냐고 재차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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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안에는 항상 맑은 물이 흐른다. 사진의 빛 부분은 연못인데 물이 너무 맑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단양 일대는 예로부터 석회암지대로 이름나 있다. 인근 매포읍에는 석회석을 원료로 하는 시멘트 공장이 즐비하다. 석회암지대가 침식하여 생긴 것이 바로 동굴이다. 남한강, 금곡천 등을 따라 형성된 석회동굴은 일명 카르스트지형이라 불리는 곳에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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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층탑 종유석이 백층을 이룰 정도의 탑을 만들었다.

아시아 최고의 동굴이라 불리는 '고수동굴'은 이 지역에서 단연 으뜸이다. 1976년 한국동굴학회의 주관으로 일본동굴학회와 함께 한 발굴조사에서 학술적, 관광적 가치가 큰 것으로 확인되어 같은 해 학교법인 유신학원에 의하여 석회암동굴의 자연현장학습장으로 개발되었다. 1976년 9월 1일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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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천정에서는 이슬로 된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져 카메라렌즈를 위협한다.

'고수'라는 지명은 임진왜란 당시 밀양박씨 두 형제가 한양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는데 아우는 청주에, 형은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당시 이곳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아 '고숲' 또는
'고수'라고 부른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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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학당이라는 곳인데 동굴내의 폭포수가 떨어져 소를 이룬 곳이다. 물이 맑아 바닥이 흔히 보인다.

동굴입구는 여느 동굴과 같이 평범하였다. 동굴의 존재는 예전부터 이미 알려져 왔다고 한다. 동굴입구에서 타제석기와 마제석기 등 각종 유물들이 발굴되었다는 보고로 보아 선사시대의 주거지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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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의 실망은 동굴을 들어간지 채 10여 미터도 되지 않아 황홀경에 빠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어미곰이 새끼곰을 안은 형상인 곰바위를 시작으로 지하의 아름다운 예술품들에 나는 서서히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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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석과 석순의 만남

동굴안에는 천정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종유석, 땅에서 죽순처럼 자란 석순, 돌기둥, 유석, 석화 등 석회암동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석회암동굴의 종합전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갖은 형상들에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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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주

좁은 통로에 철제난간을 만들어 출구까지 일방통행로를 만들어 놓았다. 어물거릴 여유도 없이 뒷사람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였다.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없어서 조금의 빈 공간이 있을 때에만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을 시작하였다. 외부보다 5도나 낮은 온도지만 사진찍느라 금새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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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떠밀려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동굴 끝에 다다랐다. 동굴을 빠져나오기 직전에 본 마지막 예술품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동굴에서 본 모든 것들이 여기에 망라되어 있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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