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백 번 굽이쳐 흐르는 냇물이요, 천층千層으로 층계가 된 절벽이로다"
고려 때의 문장가 곽충룡이 첩첩산중의 정선땅을 두고 한 말이다.
전날 밤 영월에서 정선가는 길이 예전같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사북에서 정선으로 가는 평탄한 길을 버리고 몰운대행을 택하였던 이유는
개발중인 곳을 피해 그나마 강원도 두메를 느낄 수 있는 길을 원해서였다.
옥수수와 채소를 심은 고랭지를 제외하고는 인기척 하나 없다.
옥수수밭에 둘러 싸인 외로운 농가와 산허리에 걸려 있는 구름이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임을 말할 뿐이다.
구불구불 맑은 계곡을 따라 산비탈로 난 길을 얼마간 달렸다.
눈 앞에 제법 너른 농지가 나오는가 싶더니
깍아 세운 듯한 기암절벽이 나타났다.
한치고개에서 몰운대 가는 호로길에 접어 들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소나무가 듬성듬성한 너럭바위가 펼쳐진다.
수십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바위 끝에
고사한 소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이 소나무는 이제 몰운대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천상선인들이 선학을 타고 내려와 시흥에 빠지고
구름조차 이 아름다움을 지나치지 못해 쉬어갔다는
몰운대沒雲臺의 오랜 전설을 이 소나무는 알고 있으리라.
'무상타, 세월이여'
절벽 아래 세상을 굽어보는 소나무는
벼락에 맞았는지 일부러 죽은 채 하고 있는 듯하다.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정선 소금강 절경의 백미이자 화암팔경 중 7경인 몰운대에 서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몰운대 아래로 펼쳐지는 몰운리와 천변 계곡은 맑다 못해 시리다.
수십길 밑의 콩알 만한 자갈돌마저 선명히 보인다.
산속에서 나온 물길이 벼랑을 한 번 휘돌더니
그물그물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득한 벼랑 끝에 앉아 황동규 시인의 '몰운대行' 시 한구절을 떠올린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
......
온몸이 젖어 앉아 있었습니다.
도무지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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