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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하늘도 울음을 터뜨린 '영월 청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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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를 드나드는 배 삼면이 강으로 둘러 싸여 있고, 서쪽은 절벽이라 배가 아니면 드나들 수 없다.

지금 나의 아내가 된 그녀,
십여 년 전 나에게 물었습니다.
"어디를 가고 싶냐고."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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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가다보니
제일 먼저 이른 땅이
영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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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그때는 강을 건너지 못하였습니다.
왠지 모를 엄숙함과,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때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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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송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서 가장 키가 크다고 한다. 수령 600년이 넘으며 천연기념물 제349호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보았다 하여
'관觀', 단종의 비통한 울음을 들었으니 '음音'이라 하였다.

'편안히 넘어 가는 곳'
영월 寧越
어느 시인이 땅끝으로 가듯
어줍잖은 나는 강원도를 택하였습니다.

모 대학 철학 교수였던
존경하던 분의 이십대 시 '대화.......' 의 시 한자락을
 그 때 곁눈질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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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금표 단종 옛 집터에서 노산대 가는 길인 솔숲 가운데에 있다.
뒷면에 동서로 300척, 남북 490척을 출입금지한 글이 씌어져 있으며 영조 2년에 세웠다.

'청령포 '
구름도 울음보를 터뜨린다는 소나기재를 넘어
 다시 찾은 영월땅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눈물 날 정도로 수려한 청령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왕방연 시조비에서 잠시 비를 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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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유배지 집터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세조의 어명을 받들고 돌아가는 길에 청령포의 강언덕에서
복잡하고 비통한 심정을 금부도사 왕방연은 이렇게 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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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의 나이로 왕이 되었다가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궁중을 떠나
두메산골 영월땅으로 유배되어
17세에 죽임을 당한 단종.

그의 애달프고 서러운 눈물이
오늘도 청령포에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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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빽빽한 넓은 백사장을 서강이 휘감아 돌고
66봉의 산줄기가 절벽으로 가로 막혀 있는
이 수려한 절경......

그날의 비통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나룻배는 무심히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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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옛 집터를 복원하여 유배지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다.

우거진 소나무들이 단종이 머무르던 옛 집터를 호위하고 있더군요.
뜰 가운데의 비각에는 '단묘재본부시유지端廟在本府時遺址' 라고 씌어 있어
옛 흔적을 가늠하게 합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비각을 향해 힘겹게 길게 누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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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각 오른 편의 솔숲에는 이끼 낀 비석이 하나 있습니다.
'청령포금표 浦禁標'
'동서로 300척, 남북으로 490척은
왕이 계시던 곳이므로 뭇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출입금지 금표비입니다.

단종이 살아 계실 때에도
이와 같이 행동에 제약을 받았겠지요.

단종이 죽은지 270여 년 뒤인 1726년 영조 2년에 세운 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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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각과 소나무
소나무 한 그루가 담장을 살짝 넘어 비각을 향해 서 있다.

청령포의 서쪽은 절벽입니다.
단종이 한양을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이 낭떠러지에 위태하게 있습니다.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이 해질 무렵 올라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도 바로 곁에 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 보니
아찔한 낭떠러지 아래로 흐르는 서강과
기암절벽, 강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수려한 졀경이 그날을 더욱 원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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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탑

오늘,
관광지로 변한 강의 포구에서
한 시대의 불운아를 기억하려 애씁니다.

십여 년 전
들렀던 왕릉도
 여행 일정으로......

감히
다음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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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떠난 뒤로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두견 소리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지새는 달빛만 희고
.......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애달픈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어찌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고

청령포에 홍수가 나자 관풍헌으로 옮긴 단종이 자규루에 올라 읊은 자규시입니다.
피를 토하며 운다는 자규(소쩍새)의 한을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지은 시로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애달픈 마음은
솔바람에
그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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