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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버금가는 합천 영암사 터 아시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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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하면 으레 해인사를 첫 손에 꼽는다. 삼보사찰인 해인사의 명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여행자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규모와 역사성이 주는 의미 그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여행은 길 위에서 느끼는 대상과의 정서적 교감이라고 본다면 영암사지가 단연 으뜸이다. 영암사지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폐사지의 목록에는 어김없이 들어 있다. 비장의 답사처를 원하는 이들은 서부경남의 이 깊숙한 산중의 옛 절터를 찾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 한 대의 버스만 오고가던 이 오지마을의 옛 절터는 최근 황매산 철쭉제와 모산재로 인해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 문화유산만을 두고 말한다면 영암사터는 합천의 자존심이다. 아니, 합천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영암사터를 제쳐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 늠름한 기상과 신령스러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모두 간직한 황매산 모산재 바위봉우리를 배경으로 하여 높직이 올라앉은 영암사터에는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쌍사자 석등이 천년을 두고 변함없이 절터를 지키고 (…) 아무튼 영암사터를 추천받고 다녀와서 실망했다는 말을 나는 아직껏 듣지 못했다."
영암사지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석등이다. 금당 앞이 좁은 것을 감안하여 석등이 있는 자리를 앞으로 불쑥 내고 거기에 석등을 올려 놓았다. 금당으로 오르는 통돌로 만든 무지개 돌계단의 멋드러짐은 석등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석등을 보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동서남북 방향에서 다시 각을 쪼개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보는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보이는 석등의 아름다움에 빠져 든다. 영암사터를 둘러싸고 있는 모산재 바위꽃의 풍광과 서산으로 지는 해가 비추는 빛에 따라 석등의 자태가 달라진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쌍사자의 엉덩이를 살짝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쌍사자 사이로 보이는 삼층석탑에 신비로움마저 든다.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쌍사자를 삼층석탑이 근엄하게 지켜보고 있다. 진리의 불을 잘 떠받들고 있는지를…. 영암사지와 석등은 이곳 가회면 주민들이 아니었다면 벌써 황무지가 될 뻔하였다. 일제시대인 1933년에 현 영암사지의 석등을 일본인들이 밤에 몰래 훔쳐가는 것을 당시 면장 허씨와 마을 주민들이 의령군 대의까지 쫓아가서 찾아 왔다.
1984년에 동아대학교에서 발굴을 처음으로 일부하였고 그후 몇 번의 발굴이 진행되어 오늘의 모습까지 이르게 되었다. 영암사지 발굴 과정에서 왕실과 관계있는 회랑이 발견되어 영암사가 황룡사, 감은사 등에 비견되는 비중 있는 절이 아니었나 추측된다. 어릴 적만 해도 석조물들이 영암사지 인근 논밭에 나뒹굴고 있었다. 금당터에서 옆으로 비켜선 산길을 가면 서금당터가 있다. 깊은 솔숲에 둘러싸인 아늑한 빈터이다. 솔숲 사이로 모산재의 암릉이 살짝 보인다. 솔숲과 모산재의 돌꽃을 배경으로 돌거북 두 기가 있다. 비신은 사라졌지만 돌거북의 위용은 대단하다. 서쪽의 돌거북이 남성적인 강한 느낌이라면 북쪽의 돌거북은 얌전하니 여성적이다.
절은 망하고 터만 남은 영암사지. 화려한 자태는 사라졌지만 그로 인해 더 많은 상상력을 갖게 한다. 보물 제480호인 삼층석탑, 보물 제353호인 쌍사자석등, 보물 제489호인 돌거북 둘. 굳이 문화재로 지정된 보물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영암사지는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되는 폐사지이다. 영암사지 전체는 사적 제131호로 지정되어 있다. /김천령(바람흔적·http://neowind.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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