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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여행지 추천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여행지 추천 위한 몇 가지 조언

                                                                지리산 노고단 운해

 십여 년 동안 여행을 다니다보니 주위 사람들이나 블로그나 보도기사를 보고 여행지 추천을 의뢰하는 이들이 많다. 한달에 적게는 한두 건 정도, 많을 때에는 다섯 건 이상이 있으니 때론 성가시기도 하지만 일정을 잡아주면서 나름 보람도 느꼈다. 사실 의뢰한 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지 추천과 일정, 코스를 잡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회나 단체, 개인 등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의뢰를 하는 만큼 몇 번이나 내가 되묻고 나서야 비로소 여행지와 일정을 잡게 된다. 이 글은 여행지를 문의하거나 의논할 때 참고사항으로 했으면 한다.

                                                                추자도

  음식 '아무거나' VS 여행지 '아무데나'
 여행지 추천을 의뢰하면서 본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 1박 2일 정도 있고 싶은데 어디 아무 곳이나 좋은 곳이 없을까요?"하고 여행지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난감하다. 누구와 가느냐, 남자냐 여자냐, 동행자는 있느냐, 아이는?, 비용은?, 여행 스타일은?, 여행기간은? 등 내가 질문지를 작성하여 다시 되묻는다. 여기에서 끝이나면 좋은데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보면 서너 차례 메일과 전화를 주고 받고서야 간신히 일정을 잡아준다. 식사 약속을 하면서 "아무거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만큼 곤란한 이들이 없다. 말그대로 아무거나 먹고 별탈이 없으면 좋은데, 이런 사람 꼭 한마디 한다. "에이, 별로네". 하물며 여행이야 자주 다니는 이들이 아니라면 '아무데나'식으로 여행지를 요구하는것은 더더욱 곤란하다. "나는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데, 너는 어때?" 이런 사람이 뒤탈도 없다. "어떤 지역의 이런 여행 일정이 어떨가요?" 이런 사람 '브라보♡~'이다.


 그래서 다음의 사항들은 기본적으로 정리를해서 요구를 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비단 개인이나 단체에서 여행이나 답사 계획을 잡을 때에도 유용하다.


 여행에 있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누구와 같이 가느냐이다. 동행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여행지와 일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여행 스타일이 비슷하지 않은 사람과는 절대 같이 가지 마라. 평소에 친한 것과 여행 스타일은 별개의 문제다. 가더라도 사전에 일정과 코스를 합의해야 탈이 없다. 그래서 여행지 추천을 의뢰할 때 동행자의 수와 그들의 여행스타일은 간단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보성 대원사

 아이를 고려해야 한다. 아이는 젖먹이, 3~5세, 6~8세, 그 이상에 따라 여행지와 코스가 달라지게 된다. 걸을 수 있는 정도, 주변 시설, 이동 거리 등이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가 동행한다면 그들의 의견도 여행에 꼭 포함되어야 불만없는 여정이 된다. 아이 때문에 부부싸움도 하고 동행한 이들의 눈치를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진주 습지원

 구성원에 따라 달라진다. 학회나 단체 여행, 나 홀로 여행, 커플 여행, 가족 여행, 도반 여행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된다. 심지어 커플이라고 하더라도 사귄 기간과 애정 정도에 따라 여행지를 잘 선별해야 되기 때문이다. 잘못 선택하여 사이가 더 멀어지는 커플들을 종종 보게되니 말이다.

                                                                    내연산 연산폭포
 
 여행 스타일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 걷기를 좋아하는 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좋아하는 이,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이 등. 이 모든 것이 고려대상이다. 한 장소에서 진득하니 보내는 것을 즐기는 이와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정을 즐기는 이가 같이 간다면 사전에 충분히 절충을 해야 한다. 개인이나 가족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동행자가 많은 단체일 경우 그것도 학회처럼 공통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개인의 스타일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탑 하나를 보고 감동에 젖는 이가 있는 반면, 이것 하나 보러 여기까지 왔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도를 보고 감탄을 하는 이도 있지만 그 번잡함과 정해진 시간이 싫어 지심도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영동 한천팔경

 리더를 정해야 한다. 여행 동반자가 많을 경우 항상 작은 다툼과 잡음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리더를 정하고 전체 일정을 공유한 후 여행지에서는 리더에 무조건 복종할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아니면 어디를 가더라도 나서기 좋아하는 이의 독선과 말은 안하고 얼굴 붉히는 이들이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서산 개심사
                                                                           
 소주제는 반드시 정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어떤 지역에 가고 싶은데 추천을 요청한다. 난감하다. 이럴 경우 나는 복합적인 코스를 잡아준다. 경치 좋은 곳, 노을 아니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고택, 산사, 등 다양한 유형의 여행지를 엮어서 일정을 제시해준다. 그 중에 하나라도 마음에 들겠지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식당을 정할 때도 '아무거나'가 아니라 적어도 육, 해, 공 정도는 정해주면 추천하는 이들이 조금 판단하기 쉽지 않을까?

                                                              제주도 다랑쉬오름

 여행기간은 사전에 정하고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당일, 무박 2일, 1박 2일 등 여행 일정은 다양하다. 그런데 간혹 여행지도 미정이고 여행기간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요청할 때가 있다. 사실 여행 기간에 따라 일정과 코스는 천차만별이다. 의뢰인이야 몇 곳을 추가하거나 제외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여행 계획을 잡는 이들은 곤욕스럽다. 기간에 따라 여행 장소 뿐만 아니라 동선 등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별개의 안을 또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부분적인 수정이 아니라 기간의 변동에 따라 전체적인 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에도 클라이막스가 있다. 여행기간에 따라 여행의 정점은 달라진다. 나의 여행 일정을 잡는 방식은 '점입가경형'이다. 여행 초보자에게 처음부터 좋은 경치를 보여주지마라. 다음에는 어지간해선 만족하지 않는다. 여행 일정을 잡을 경우 동선보다 우선을 둬야 하는 것이 여행지 배치의 선후이다. 정점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배치하고 난 후 동선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여행 일정이다. 물론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들이라면 어디를 간들 상관없겠지만 모처럼의 여행을 꿈꾼다면 같은 여행지를 다녀와도 여행지를 어떻게 배열하는가에 따라 그 감동은 차이가 난다.

                                                           거제 여차 홍포 해안도로

 여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행지에 대한 본인의 안목과 정서적 일체감이다. 좋은 풍광이야 누구나 만족하겠지만 평범한 숲길을 걸어도 고개 숙여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자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보경사 서운암

 여행후기는 매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답글을 남긴다. 잘 다녀왔다는 그 한마디에 일정을 잡아준 보람을 느낀다. 감사의 글과 함께 여행지의 변화된 모습을 언급해주면 나에게도 유용한 참고자료가 된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고 여행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번거롭지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몇 번이나 일정을 변경하고 세세한 부탁까지 한 이들이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아무 언급도 없는 경우가 있다. 밉상이다.ㅎ 


                                                                   포항 원효암

 자신이 먼저 인터넷 등의 검색을 통해 기본안을 만들어보고 그 안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떠나는 이도 즐기는 이도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비용, 성별, 연령대, 교통편 등 상세한 사항을 기재하면 일정잡기가 더욱 쉽다. 이는 여행지를 남에게 의뢰할 때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직접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단~~~~, 혼자일  경우 무작정 떠나라!!!!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