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여행블로거가 본 블로그의 명암

여행블로거가 본 블로그의 명암
-블로그, 그 치명적인 유혹

 블로그를 한지도 1년하고 몇 달이 흘렀다. 여행에 관한 글만 포스팅하다 보니 나의 관심도 여행분야에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블로그에 대한 무수한 의견들을 접하면서도 나의 목소리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시사부분이나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는 댓글마저 달기를 주저했다. 그것은 불편한 시절 나의 과거 전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여행글을 쓰면서 탈정치적인 글을 쓰리라고 마음먹은 이유도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글을 자주 찾는 이에게 현실의 각박함 대신 잠시나마 마음에 평안을 줄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불거지는 여러 문제제기에 관해 더이상은 방관할 수 없어 나의 소박한 견해를 주절주절 읊고자 한다. 여행블로거가 이런 글을 쓰야 한다는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나름의 의무감을 떨칠 수 없는 서러움에 글을 쓴다.



1. 블로그는 진행형인가, 완성형인가
 비쥬얼이 중요한 시대다 보니 블로그도 사진, 동영상 등 각종 시각적인 매체를 활용하여 포스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매체들의 활용이 아니라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블로그의 글들에 있다. 사진보다는 글이 중요하다며 글로 승부를 걸겠다는 고리타분한 한물간 작가의 말은 인터넷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한낱 푸념으로 치부해버리더라도 포스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제목만 있고 본문의 글은 아예 없이 전적으로 사진에만 의존한 블로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진마저 좋다면 사진블로거로서 인정을 받겠지만 이도 저도 아니면 그것의 무성의의 단적인 표현이다. 한술 더 떠 후보정은 참사진이 아니라며 세수도 안한 얼굴을 자랑스럽게 내미는 이들도 있으니 어찌할까. 그럴바에는 아예 블로그를 비공개로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류의 글들이 간혹 포토베스트에 뽑히는 걸 보면 분명 편집진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블로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블로그를 진행형이자 완성형으로 보고 있다. 블로그는 어떤 주제에 대한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것은 출판 등을 최종적인 목적으로 염두에 두고 블로그를 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즉 블로그가 자료의 저장소로 이용되고 나중의 출판을 위한 저장매체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보를 알리는 차원 정도에서 포스팅을 하게 된다. 다만  블로그 글쓰기의 특성을 제대로 안다면 블로그 포스팅 자체가 또한 완성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글에 대해 블로그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자신과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포스팅을 완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2. 베스트블로거의 책무는 무엇인가
 나도 사실 베스트블로거이다. 블로그 시작한지 채 몇개월도 되지 않아 그것도 여행분야에서 선발되었으니 이건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베스트블로거라는 데 있지 않고 이들이(나를 포함한) 과연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활동을 하고 있는가에 있다. 물론 대다수의 베스트블로거는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포스팅을 몇 번 하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한 번 포스팅을 할 때, 얼마나 성심을 다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베스트블로거는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올리자마자 추천수 10 이상은 가뿐하게 넘겨 버린다. 몇 시간을 정성스럽게 글을 올렸는데, 추천이 하나도 없는 갓 시작한 초보블로거들이 이를 보고 느끼는 좌절감은 어떨까. 그 좌절감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누구나 한 번 쯤 느껴보았을 것이다. 특히 포토베스트나 뉴스베스트에 뽑힌 베스트블로거의 글을 열어 보았을 때 간혹 당혹감을 느낀 적이 없는가. 겨우 20행 정도의 핵심없는 글만 있을 뿐 기본적인 플롯이나 구성도 아닌데 버젓이 베스트에 뽑히는 베스트블로거 기자의 글이 있다.


▶ 나의 제안
무리한 포스팅 수보다는 단 하나의 글이라도 성의껏 작성하자. 물론 조회수에 의한 광고 수익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베스트블로거에 걸맞는 글을 쓰자. 자신이 봐도 성의없는 글을, 형성하고 있는 인적네트워크만 믿고 글을 올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신입블로거나 좋은 글을 먼저 추천하자. 물론 서로 잘 아는 블로거의 글을 읽고 추천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다만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입블로거나 좋은 글도 동시에 추천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기존 인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벗을 찾는다면 그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베스트블로거 뭐 그리 대단한가. 항상 지켜보는 눈들이 있다는 걸 명심하자. 베스트블로거가 아니더라도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은 많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블로거뉴스에 송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것이다.
Daum에서도 베스트블로거의 임무를 부과하라. 사실 베스트블로거가 되면 상금과 명함 정도만 있일 뿐 구체적인 혜택이 없다. 베스트블로거로 선정되고 나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이 난다. 책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보상이 주어질 때 가능하다. 베스트블로거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여 좋은 기사를 양산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혜택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3. 이슈에 대한 강박관념, 이건 아니올시다.(베스트 기사 과연 베스트인가)
 최근의 블로거뉴스 베스트 글을 보면 '이슈'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론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나 한편으로는 이건 아니올시다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시사부분이나 IT,과학, 스포츠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는 이야기'는 이슈보다는 글의 완성도와 참신성 등이 베스트 글의 목적에 부합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별 내용없이 사진 몇 장에 아무렇게 쓴 글이 단지 생소하다는 이유만으로 당당히 베스트 목록에 오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씁쓸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신입블로거는 자신의 애초 생각을 이내  버리고 이슈거리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버린다. 전문성을 갖추기도 전에 남의 시선을 끄는 소재만 찾아 다닌다. 이러한 병폐는 장기적으로 블로거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누구든 '베스트'로 선정되는 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4. 전문기자의 블로그, 과연 논란거리인가.
 최근 연말 기자상을 두고 말들이 많다. 나는 거기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하기 보다는 전문기자들의 블로그 기사 이야기만 하고자 한다. 최근 블로그의 장점을 알고 전문기자들이 대거 블로그에 합류하였다. 이는 블로그 전체로 보아서는 기사의 질이 향상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다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미 자신이 보도한 기사를 다시 블로그에서 재탕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들어가보면 내용은 없고 링크된 기사 제목만 있는 경우도 있다. 분노할 일이다. 더 나아가 원기사를 그대로 카피한 기자의 기사를 베스트 목록에서 본 적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Daum 편집진도 분명 책임이 있다. 블로그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다시 블로그에 맞게 기사를 재작성하고 뉴스기사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전문기자들은 이미 권력을 쥔 상태에서 블로그에 입성하였다. 자칫 잘못하면 권력을 쥔 자가 칼마저 휘두르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건 단지 나만이 드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속한 언론사의 색깔의 연장선에서 블로그 전체를 오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그들은 적어도 블로그 특성을 감안하여 객관적으로 기사를 재구성하여 생산해야 할 것이다. 블로거들은 블로그에서만큼은 언론사에 속한 기자라할지라도 전문기자들의 소신있는 글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5. '베스트 글', '신입블로거 뉴스(포토)베스트' 항목을 추가하자.
 이슈가 되지 못하는 글은 그것이 어떤 내용을 다루든 이내 사장되고 만다. 아무리 좋은 글을 쓰더라도 내용이 무겁거나 소재가 눈길을 끌지 못한다면 베스트와는 영영 거리가 멀어진다. 게다가 매주 뽑는 '특종! 블로거뉴스'에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좋은 소재와 정성스런 글이라 하더라도 이슈가 되지 못하면 묻혀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그를 떠난다. 좋은 글쟁이들이 블로그를 떠날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제안한다. 꼭 이슈가 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좋은 글을 쓰는 이들의 기사를 별도로 '베스트 글(가칭)' 코너에서 선정하는 것은 어떨까. 이슈는 기존의 '포토(뉴스)베스트'에서 얼마든지 소화될 수가 있다.

 누구든 블로거 초보 시절이 있다. 첫마음을 잊지 않을려고 나도 부단히 애를 쓴다. 본격 여행을 다닌지는 10년이 넘었지만 블로그는 기껏해야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Daum 메인'이나 '베스트'에 선정되었을 때의 기쁨을 경험한 이들은 알 것이다. 물론 그 뒤로는 무덤덤해졌지만. Daum 블로거 기자만 해도 이미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초보블로거들의 글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이내 사장되어 버린다. 수많은 포스팅을 해도 추천 하나 없고 댓글은 아예 기대도 못하는  현실에 그들은 의욕을 잃고 블로그를 떠나게 된다. 물론 Daum 측에서도 신입블로거의 좋은 글을 추천하면 가산점을 주는 형식은 취하고 있지만 그들이 앞으로 블로그를 이끌어갈 재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그것은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없다. 신입블로거들이 상대적으로 블로그에 익숙하지 못해 기존의 블로그들과 경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제안한다. '신입블로거를 위한 베스트'항목을 새로 개설할 것을......



 앞으로는 여행 전문블로거인 내가 이런 글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블로그에 애착은 가지되 중독되지 않을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한 2주 동안 쉬면서 들었던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엮어 보았다. 블로그는 분명 매혹적이나 침묵하는 다수와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그것은 '치명적인 유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