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관 옆 박물관

한국 근현대사의 산얼굴,태백산맥문학관

한국 근현대사의 산얼굴, 태백산맥 문학관
- 추운 겨울, 현실에 괴로워하고 문학에 힘을 얻다.


한국 근현대 문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경리의 '토지'와 조정래의 '태백산맥'일 것이다. 박경리선생은 토지를 집필하기까지 소설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를 한 번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조정래 작가는 벌교와 인근 선암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태백산맥을 집필하였다.


상상 속의 평사리가 현실에서 다시 재현되었다면 태백산맥의 벌교는 원래 있는 현장을 소설 속에 끌어 들여 다시 픽션을 더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소화다리, 자애병원, 철다리, 횡갯다리, 중도방죽, 주릿재와 율어마을 등 실제 존재하는 현장이 소설로 재구성되었다. 이와 같이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문학의 힘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벌교읍 존제산 자락에 들어선 태백산맥 문학관은 이러한 우리 현대사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가 김원씨는 어둠에 묻혀버린 우리의 현대사를 보고, 동굴과 굿판을 건물 속으로 끌어 들인다는 의미로 문학관을 시각화시켰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문학관은 10m 아래에 자리잡았고 전시실 외벽의 일랑 이종상 화백의 벽화는 높이가 8m이고 폭이 81m에 이른다.




또한 해방 후 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분단에 이르기까지의 '민족사의 매몰시대'를 벽 없이 공중에 떠 있는 2층 전시실에 반영하였다. 어둠의 역사의 공간을 지나면 옥상에 18m의 유리탑이 희망을 상징하듯 솟아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최근 벌교의 관광명소가 된 듯하다. 가족 단위의 탐방객들이 소설 '태백산맥'의 생생한 집필 과정과 작가의 혼을 엿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1층의 전시실에는 작가의 집필 동기와 4년 간의 자료조사, 6년 동안의 집필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어른의 키보다 훨씬 높은 16,5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육필 원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케 한다.

 


소설 태백산맥 집필 후 작가는 이적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갈과 협박에 두 번이나 유서를 작성했던 작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홉스봄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건 분명 '광기의 시대'였다. 태백산맥의 시간적 배경이 1948년 늦가을에서 1953년 한국전쟁까지 이니 우리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암울했던 시기이다. 그 광기의 시대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광기의 바람이 21세기를 앞두고 한국사회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정말 불운한 일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마음이 착잡한 적이 없었다. 멀리 벌교 읍내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매서운 바람이 한차례 몰아쳤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으면 촬영이 가능하다.
재현한 현부잣집과 소화네 집이 문학관 바로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