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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박물관

겨울 여행은 뭐니해도 미술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겨울 여행은 뭐니해도 미술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 가족과 함께하는 겨울 미술관 여행


며칠동안 집에 있으니 몸이 근질거린다. 어딘가로 떠나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어디로 갈까? 오늘은 다섯살난 딸아이도 따라 가겠다고 한다. 한동안 힘들어 가기 싫다고 하더니 오늘은 사진 찍고 싶다며 자꾸 재촉한다. 고민 끝에 미술관을 가기로 하였다. 아이도 좋아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한 번은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전시관 외벽의 화려함이 사람을 압도한다. 5,000여 장의 Fired Painting이 외벽을 감싸고 있다. 야외 공간에 깔린 화강암 판석을 보더니 아이가 껑충껑충 뛰기 시작한다.

드래건 스파이럴(Dragon Spiral, 똬리를 튼 용), 타카마사 쿠니야스(일본)

매표소 바로 옆에 벽돌과 통나무로 만든 거대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용틀임을 하는 용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기세다. 아이도 덩달아 몸을 꼬우는가 싶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른다. 청대의 적벽돌로 만든 이 설치품 하나만으로도 눈은 충분히 즐겁다.

미술관 천장 자연채광을 끌어 들여 열린 공간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였다.

전시관 안을 들어서니 의외로 밝다. 중앙홀의 천장을 유리돔으로 만들어 자연의 빛을 그대로 내부로 끌어 들였다. 열린 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이미지를 돋보이게 한 설계로 보인다.

허공에 부유하는 기와들, 자크 커프만(스위스,프랑스)

중앙홀에도 각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은미의 '공존의 시간', 자크 커프만의 '허공에 부유하는 기와들', 장식의 '옮겨진 이미지1' 등이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 사이에 몸을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색의 조합에 아이는 놀랐는지 이리저리 뚫어지게 보는가 싶더니 이내 깔깔거린다. 사진을 좀처럼 찍지 않는데 오늘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다행히 1층 중앙홀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였다.


중앙홀 한 켠의 1층 전시관에는 '건축도자 유물전'을 하고 있다. 약 100년 전에서 2,500년 전까지의 고건축 도자 유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류가 흙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건축에 활용했으며 그 기능과 아름다움, 역사적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옮겨진 이미지1, 장식(한국)

수백점에 달하는 도자 유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먼 옛날 인류의 숨결이 흙에 전해지는 듯 하다. 유물들을 자세히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와당에 새겨진 각종 섬세한 문양과 형상은 수백년의 시간이 흘렀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였다. 우리나라 와당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이 소장한 건축도자 유물 중 전시된 81점도 시선을 끈다.

세계 각국의 지붕 기와와 벽면 사진들

2층으로 가는 통로에는 클레이아크를 소개하는 타이포그라피로 벽면과 천정을 장식하였다. 클레이아크는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의미하는 아크(-Arch)를 조합한 단어이다. 건축도자 분야의 미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층 전시실에는 최성재의 '만다라1', 김태곤의 '안동가옥', 정정주의 '빌딩' 등의 작품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벨기에의 사진작가 마크 드 프라이에(Mark De Fraeye)의 고건축도자 사진들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작가이다. 백담사, 화엄사, 창덕궁 후원 등 한국의 궁궐이나 사찰 건축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사진집으로 출간하여 약 20여 년 전부터 유럽에 알려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의 전통 건축과 거기에 묻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을 사진으로 담아 소개하고 있다. 이방인의 눈에 담긴 한국과 아시아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미술관의 해설사 한 분이 작품 하나 하나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진 촬영은 사전에 허가를 받으면 된다 하니 다음 방문에는 참고해야겠다.
 

'기획전'은 6개월에 한 번, 일년에 두 회에 걸쳐 전시된다고 한다. 건축과 도자유물에서 단지 흙이라는 재료가 아니라 인간의 혼과 숨결이 느껴진다. 인간이 위대하다는 건 기존의 경계를 깨뜨리고 창조를 통한 새로운 의미 부여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존의 시간', 이은미

느긋하게 관람하고 나오니 아이가 뛰어 온다. 지하에도 뭐가 있다며 손을 잡아 당긴다. 가형명기전. 지하 깊숙이 있는 전시관이 왠지 으스스하다. 가형명기家形明器란 장사를 지낼 때 죽은 자와 함께 묻는 부장품으로 집모양처럼 생긴 토기 종류를 말한다.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에 오싹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그 아름다움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미술관 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을 위한 클레이-아치', 자크 커프만(스위스, 프랑스)

미술관 뒤편 언덕에는 등대모양의 탑이 하나 있다. 20여 미터의 높이인 '클레이아크 타워'는 멀리서도 보여 미술관의 등대 역할을 한다. 이 타워 역시 1,000여 장의 Fired Painting이 부착되어 있다. 타워에서 내려다보니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클레이아크 타워'

추운 겨울에 아이와 가족을 데리고 따뜻한 미술관 기행도 좋을 것이다. 도자기 체험, 미술체험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이 많으니 사전에 알고 가면 즐거운 가족여행이 될 것이다.


☞ 여행팁 : 운영시간은 10시에서 18시까지이다.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은 휴관일이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초등학생 500원이다. 관람 관련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clayarch.org)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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