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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섬여행, 10가지만 알면 100배 즐겁다.

섬여행, 10가지만 알면 100배 즐겁다.
- 여행의 기술 그 두 번째 이야기

마라도

겨울이 문지방을 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대개 바깥 나들이를 삼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에는 이 때가 가장 좋다고. 남도의 따뜻한 섬과 눈에 쌓인 겨울 설산의 암자 여행은 겨울이 최고이다. 사람이 있음으로 사람이 있는데, 도리어 사람이 없음으로 겨울 참여행은 시작된다. 섬여행을 자주 가는 이들은 이 글이 상식정도에 그치겠지만, 처음으로 섬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잡한 글을 써 본다. 관광자원 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섬들이지만 아직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섬에서 우리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지도 모른다.

추자도

1. 섬여행, 날씨 파악은 기본이다.
섬여행은 날씨를 아는 것이 기본이다. 사실 여행 전에 일기예보를 듣거나 인터넷으로 여행 일자의 날씨를 알아 보지만 섬만큼 날씨 변동이 심한 경우는 없다. 육지에서 바다를 보면 햇빛이 넘치는 맑은 날인데도 파고가 높아 배가 출항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여행 전날 해당 여객터미널에 당일 배가 출항하는지 파고가 어느 정도인지를 사전에 전화로 파악하자. 또한 현지 민박 등 숙박지의 주인이나 혹은 어선 선주들에게 섬의 날씨를 물어 보아 여행 일정과 코스 등을 고려하는 편이 좋다.

우도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

2. 섬여행의 3대 요소-전망 포인트, 구석구석 일주, 해상관광 

등대전망대에서 본 추자도의 부속섬들 섬생이, 사자섬, 푸랭이(청도), 수영여

- 섬 전체를 볼 수 있는 높은 지점은 반드시 올라라.
섬에서 높은 지점을 올라가면 여러가지 잇점이 있다. 지도로만 짐작만 하던 섬이 한 눈에 들어오니 동선과 중요 포인트를 사전에 체크할 수 있다. 또한 섬의 생김새와 포구 풍경, 바다 위에 떠 있는 어선들, 멀리 혹은 가까이 손에 잡힐 듯한 인근의 섬들, 당신의 땀이 만들어낸 멋진 풍광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를 것이다.

비진도 산정상에서 본 비진도 장사도, 대,소덕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한산도, 통영 해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 해상 관광은 섬여행의 보너스
유람선도 좋지만 여유가 있거나 일행이 많다면 어선을 빌리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실제 섬지역의 멋진 풍광은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바라보았을 때이다. 이왕 어선을 빌렸다면 취향에 따라 낚시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왜 우리나라 유람선은 경건하게 섬순례를 하지 않고 꼭 '뽕짝'을 크게 틀어 갈매기마저 도망가게 만들어 버리는가이다. 

어선에서 본 횡간도 문여등대와 해안절벽

- 섬일주는 반드시 하라.
나의 여행 방식은 언제나 저인망이다. 바닥까지 훓고 나서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한 여행지를 적게는 수 번, 많게는 수십 번까지 계절과 시간을 달리하여 간다. 숲을 보아야 나무 하나하나도 제대로 볼 수 있다. 섬도 마찬가지이다.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야 그 섬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몇몇 포인트만 둘러 보는 것, 그건 낚시꾼의 방식이지 여행자의 몫은 아니다.

거제 여차-홍포 해안 비포장길

3. 물때를 알아야 한다.
흔히 '조위표'라는 게 있다. 섬에 가면 해수 침수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집마다 조위표 달력이 있다. 이 달력은 밀물과 썰물 현상으로 변하는 해면의 높이와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물때를 하루하루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특히  비상시 지켜야 할 행동 요령과 해수위험일 등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이나 낚시점에 가면 물때를 알 수 있는 조위표가 있다. 물때를 알면 섬의 날씨를 알수 있어 여행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배삯을 들이지 않고 걸어서 인근 작은 섬에 들어갈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흔히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진도의 장도, 무창포의 석대도, 고사포의 하섬, 간월도 등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완도의 장도(청해진) 물이 빠지면 걸어들어 갈 수 있다.

4. 적어도 배시간 출발 20분 전에 먼저 기다리자

배시간을 아는 것은 섬여행의 기본임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가는 섬이 뱃길의 종점인지 아니면 다른 종착섬을 가는 배가 중간에 지나는 섬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여행을 마치고 섬에서 나올 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진도를 가는 배는 소매물도가 종착점이다. 소매물도에서 통영으로 돌아오는 배는 비진도항에 매번 입항하지 않는다. 부둣가가 보이는 큰 바다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손님이 보이지 않으면 항구에 들어오지도 않은 채 가버린다. 특히 파도가 높으면 작은 섬에 접안하기는 더 어렵다. 고로 항상 늦어도 20분 전에 부두에 나와 기다려야 한다. 여객선이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시골 완행버스처럼 일찌감치 기다려 낭패를 보는 일이 없어야겠다. 실제로 나의 벗이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강화도 석모도 가는 길

5. 섬주민들과 친해져라.
요즈음은 웬만한 섬이면 섬 안내관광도가 있다. 그럼에도 안내도에 나와 있지 않은 비경이 많다. 섬주민들과 친해지면 알려지지 않은 멋진 장소를 당신에게 말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이 무엇인지, 낚시 포인트가 어디인지를 설명해 줄 것이다. 게다가 당신이 민박을 하게 된다면 그들은 섬의 역사와 풍습, 인심에 관해 친절히 설명해주는 해설사이자 기꺼이 당신의 술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심지어 자청하여 섬안내를 하는 분들도 있다. 식당이 없는 섬들도 더러 있어 나는 종종 밥을 얻어 먹기도 한다. 물론 댓가를 꼭 지불하지만.....

욕지도의 최숙자할머니

6. 그 섬에서만 보고 체험할 거리를 찾아라.

지심도의 낚시꾼들

요즈음 지자체 이후 섬지역도 관광 바람이 불어 관광객을 불러 모을 각종 체험행사를 열고 있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으나, 인위적인 체험보다는 섬 본래의 생활 방식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하여 고기잡이배를 같이 타고 나가거나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등 이벤트행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족끼리 오붓하게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거리는 많다.


남해 죽방렴 물살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잔잔한 삼각형 모양의 바다에서 놀다가 결국 삼각형 끝에 있는 둥그런 임통에 빠지게 된다. 원통형의 임통에 모인 물고기를 어부들은 퍼올리기만 하면 된다.

7. 이왕이면 걸으라. 전체 동선을 미리 염두에 두라.
-  걷자. 그래야 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요즈음 섬지역을 오가는 배들은 쾌속선이 아닌 이상 대개 차를 싣고 갈 수 있다. 물론 섬이 커서 도보만으로 여행을 할 수 없어 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만 차로 이동하면서 이름난 곳만 보고 사진 한 컷 찍은 후 후다닥 이동하는 여행은 지양하자. '후다닥족(?)'들은 그 섬을 가보았다고 누군가에게 너스레를 떨겼지만 섬은 그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최근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섬이 많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나는 섬여행은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지도 노적마을

-  섬 안내지도는 필히 챙기자
최근에는 섬지역에 대한 관광 활성화로 대개 해당 여객터미널이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 가면 섬 안내 지도가 있다. 지도를 보고 개략 소요되는 시간과 동선을 미리 계획한다면 시간 절약과 섬 구석구석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는 안내지도에 할인쿠폰도 있으니 적절히 활용한다면 비용을 줄이는 데도 보탬이 된다.

외나로도의 초분 주로 남해나 서해의 섬지방에서 행해지는 장례풍습이다. 풀무덤이라고도 하는데 시신을 땅에 올려 놓고 짚이나 풀 등으로 덮어 두었다가 2~3년 후 뼈를 추려 내어 땅에 매장하는 무덤을 말한다.
 
8. 일출과 일몰 포인트는 꼭 숙지하라.
섬여행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지 못한다면 우울한 일이다. 섬의 특성상 대개는 둘 다 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일출 혹은 일몰 포인트를 파악하여 보다 환상적인 여행을 만들어 보자. 적어도 개인 성향에 따라 둘 중에 하나는 꼭 경험해 보자.

추자십경 중의 하나인 직구낙조

9. 동행자에 따라 섬여행지를 달리 하라.

양귀비꽃이 만발한 외도

연인끼리 가면 좋은 소매물도, 극도의 쓸쓸함을 홀로 맛본 추자도, 사랑하는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지심도, 친한 벗과 같이 가면 좋은 욕지도.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가면 좋은 외도. 섬여행은 누구와 함께 해도 의미있지만 때론 동행자에 맞는 여행지를 고를 때 그 맛은 배가 된다.

소매물도

10. 과도한 일정은 섬여행을 망친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지만 특히 섬여행은 느긋함을 요구한다. 시간에 쫓기면 몇몇 눈요기거리만 볼 뿐 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없다. 사전에 소요 시간을 파악하고 이왕이면 1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일몰시간에 맞추어 첫 배로 섬에 들어가고 일몰 시간에 맞추어 마지막 배로 섬을 나오면 더욱 좋다.

부산 동백섬

섬여행 사이트 : 개인적으로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 싶은 섬(http://island.haewoon.co.kr)을 소개하고 싶다.

Daum 블로그(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