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블로그와 술, 그 은밀한 유혹

블로그와 술, 그 은밀한 유혹
- 오래 익어야 술맛과 글맛이 난다.

 나는 애주가다. 술을 좋아하며 술자리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나는 블로거다. 블로그를 좋아하며 길 위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문득 술을 마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술이 블로그와 비슷하다는 것. 그냥 마구 드는 생각을 주절주절 써 본다.


1. 인간관계
 술과 블로그 둘 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초면에 술을 마시는 것은 부담스러우면서도 술은 이내 서로를 친하게 만든다. 블로그를 처음 방문하면 추천을 할까 댓글을 남길까 부담스러우면서도 한 번 글을 남기면 금새 친해진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더 친한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취미를 가진 블로거끼리 더 친해진다. 술친구가 많으면 좋듯 블로거 이웃이 많으면 즐겁다. 한 번 맺어진 술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듯 한 번 맺어진 블로거들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블로그방을 방문한다.

2. 중독성

 술과 블로그 둘 다 중독성이 있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면 본인은 부정하더라도 분명 중독이다. 매일 같이 포스팅하고 심지어 하루에 몇 개의 포스팅을 한다면 그것도 분명 중독이다. 중독은 때론 전문의 영역이지만 때론 말그대로 중독일 뿐이다.

3. 분위기 주도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는 언제나 환영받는다. 블로그에서 좋은 글을 쓰는 이는 언제나 주목받는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남에 대한 배려없이 무조건 자기 위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다. 블로거도 남의 견해는 아랑곳없이 독불장군처럼 독설을 내뱉는 이가 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가 돋보이며 남과 다른 존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세상은 시끄러운 자를 주목은 하지만 애정을 갖지는 않는다.


4. 일상의 탈출

 술을 마시는 이유 중의 하나가 피곤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직장 내의 인간관계, 모든 것이 삶을 피곤하게 한다. 술은 이러한 현대인에게 좋은 피난처이며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 직장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소중한 공간이 블로그이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나 만의 공간이다.

5. 공론의 장
 술자리는 솔직하다. 때론 솔직함이 지나쳐 비난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기본은 솔직함이다. 술자리에서는 정치이야기부터 문화, 예술까지 다양하다. 나와 견해가 다르다할지라도 술자리만큼은 너그럽다. 아주 다양한 소재와 의견 공유, 그것은 블로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군사정권시절 술자리에서 정권을 비난하다 끌려가는 웃지 못할 일들이 실제 있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공론의 장이 마땅이 없던 그 시절, 술자리는 오늘날의 블로그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6. 주신酒神과 베스트블로거
 누구든 한 분야를 파다 보면 전문가가 된다. 술 분야는 주신이고 블로그 분야는 베스트 블로거이다. 둘 다 책임이 따른다. 술은 잘 마시는데 주도酒道가 없으면 한낱 '주정뱅이'에 불과하고, 글은 잘 쓰는데, 정도正道를 모르면 한낱 '글쟁이'에 불과하다.



7. 숨은 고수는 꼭 있다.
 지인 중에 술 한 잔을 못마시면서도 술자리마다 끼는 사람이 있다. 그사람을 잘 모르는 이가 보면 상당한 애주가처럼 분위기를 잘 살리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감탄할 일이다. 블로거 중에서도 베스트 블로거도 아니고 베스트글도 별로 없지만 상당한 내공을 가진 블로거들이 있다. 심지어 외부로 기사 송고도 하지 않는데 고정 독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존경할 일이다.

8. 주인장과 친하되 서비스는 확실히 요구.......
  나는 그 술집이 마음에 들면 거기만 꼭 간다. 즉 단골인 셈이다. 그러나 간혹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한 두 번 이야기하다 반응이 없으면 미련없이 그 집을 떠나 버린다. 블로그는 그럴 수 없다. 집을 떠난다고 한들 선택할 수 있는 집도 별로 없거니와 잘못하면 영원히 떠나는 수가 있다. 술집에서의 갑, 을 관계가 블로그에서는 정반대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한다. 아니면 혼자 까칠한 사람이 되거나 왕따 당한다. 서비스는 확실히 요구하자. 술집과 포털의 발전을 위해......

9.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장대하리라.
  처음 술을 접하면 누구나 그 쓴 맛에 당혹스러워 한다. 한 잔 두 잔 그 달콤함 유혹을 즐기다 술을 못이겨 실수를 한다. 주위에 욕 좀 얻어먹다 보면 어떤 이는 술을 끊고 어떤 이는 그것을 거울삼아 술자리 매너와 기술을 익혀 주신의 경지에 이른다. 처음 블로그를 하면 십단위의 방문자 수와 댓글 하나 없는 것에 당혹스러워 한다. 어쩌다 악플을 경험하고 정성스런 글이 베스트에 뽑히지 않거나 주위의 무관심에 어떤 이는 블로그를 접고 어떤 이는 그것을 거울 삼아 더욱 정진한다. 그러다 보면 베스트니, 파워니 하여 유명 블로거가 된다.



나의 술에 대한 철칙과 블로그 수칙
 술을 좋아하다 보니 나름의 철칙이 있다. 이것마저 없으면 건강과 삶을 모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연짝(연이어 술마시는 것)은 죽어도 안마신다.

   사실 주위에 매일같이 술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이것은 간에 치명적이다. 간도 쉴 시간이 필요하다. 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주인이 얼마나 원망스럽겠는가. 애주가들이여! 조심하자. 어느날 간이 가출을 결심할 수도 있다.
2. 밤 10시 이후에는 죽어도 안나간다.
   술이 되면 전화하는 이가 있다. 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고 꼭 자기가 얼큰하게 취하면 나오라고 한다. 술이 약한 사람이야 금방 취하겠지만 술이 센 사람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초청한 이는 이미 취한 상태여서 보조를 맞추느라 열심히 마셔 이제 기분 좋을만 하면 취한 이는 가버린다. 애석한 일이다.
3. 일요일은 무조건 안마신다.
   일요일은 한 주의 끝이자 새로운 주의 시작이다. 이날 술을 마시면 일주일이 괴롭다. 월요일부터 멍한 머리로 출근을 해보라.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그래서 블로그도 나름의 수칙을 가지고 있다.

1. 무리한 포스팅은 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 개 이상 여간해서는 포스팅하지 않는다. 술을 매일같이 마시면 술자리마다 충실(?)할 수 없는 것처럼 하루에 몇 개씩 하는 포스팅은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긴급성 기사가 아니라면. 간혹 두 개의 기사를 송고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하루에 한 개의 기사만 쓸려고 노력 중이다.
2. 밤 10시 이후에는 포스팅을 삼가한다.
   밤늦게까지 포스팅을 하면 건강도 잃고 가족들의 원망을 듣는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집중해서 10시 전에 마무리할려고 노력중이다. 짜투리 시간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3. 주말에는 포스팅을 하지 않는다.
   토, 일요일에는 가급적 컴퓨터 앞에 앉질 않는다. 설혹 앉더라도 포스팅은 지양한다. 주말만큼은 쉬어야 한다. 그래야 재충전할 수 있다.



 블로그와 술, 분명 매혹적이다. 그러나 정도를 벗어나면 위험하다. 그 은밀한 유혹을 즐길 것인지, 아니면 중독의 늪에서 허우적거릴지는 각자의 몫이다.


Daum 블로그(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