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구름이 감춘 선경 운일암 반일암
- 집채만한 바위가 만들어 낸 계곡의 비경
- 집채만한 바위가 만들어 낸 계곡의 비경
나는 아직 네비게이션이 없다. 제주도에서만 네비를 사용했을 뿐이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렌터카에 장착이 되어 있으니 자연스레 사용하였다. 올해 혼자 제주도를 두 번 여행했었다. 이동 중 심심하던 차에 네비에서 나오는 고운 아가씨 목소리는 언제나 내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간혹 말썽이다. 목적지를 빨리 찾아내고 도착 예정 시간까지 말해주는 것은 좋은 데, 자기가 정한 경로만 고집하였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가는 길이 더 중요하다며 타일러도 헛수고였다. 나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고집스런 그녀가 한 마디 지껄인다. " 전방 500 미터 앞에서 우회전하세요. ...... 경로에서 이탈하였습니다. 유턴하십시요." 끝까지 나의 의향은 무시하고 자기의 길만 고집한다. 괘씸한.....
집채만한 바위가 널려 있는 운일암 반일암, 계곡 아래 사람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집채만한 바위가 널려 있는 운일암 반일암, 계곡 아래 사람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고집 센 아가씨와의 싸움은 늘 나의 패배로 끝이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의 입을 막는 것이다. 예전에 여행 초보자였을 때에는 목적지와 코스를 세세히 정하고 길을 나섰었다. 그후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요즈음은 강원남부, 변산일대 이런 식으로 대략 여행지를 정할 뿐이다. 나머지는 지도에 나오는 산과 강의 흔적을 보고 현지에서 적합한 여행지를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의 차에는 항시 지도들로 넘쳐난다. 전국 지도에서 시, 군 지도, 각종 책자들로 정신이 없다. 한 번의 여행이 끝나면 차의 지도를 죄다 꺼내 내 서재의 종이함에 지도를 모아 두곤 한다. 벌써 종이 한 상자가 지도로 가득찼다.
운일암 반일암도 우연히 지도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지도에 유원지로 나와 있어 처음에는 가기를 망설였으나 그 이름이 기묘하여 길을 나섰다. 고산에서 대야호, 동상 저수지를 넘으니 운장산이다. 운일암 반일암은 해발 1,125m인 운장산 동북쪽의 계곡으로 대불천, 주자천으로도 불린다.
깍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하늘과 돌, 나무만 있을 뿐, 오가는 것은 구름 밖에 없다 하여 운일암雲日巖이라 하였다고 한다. 옛날 전주와 용담현을 오가는 지름길인 이곳이 너무 험하여 길을 다가기 전에 해가 떨어져 그렇게 불리었다고도 한다. 반일암半日巖은 계곡이 깊어 하루 중에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길 하나 없던 이곳도 지금은 계곡 옆으로 포장도로가 놓여 주위 풍광을 어지럽히니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운일암 반일암이 있는 주차장에 내리니 다소 당황스럽다. 기대했던 계곡은 간 데 없고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계곡뿐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하도 이상하여 주차장 인근 가게 주인장에게 물어 보니 계곡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그곳이 운일암이라 하였다.
자갈돌이 깔려 있는 밋밋한 계곡 아래로 내려가니 처음에는 바위가 하나 둘 보이더니 급기야 집채만한 바윗돌이 온 계곡을 메우고 있었다. 도로 옆 언덕배기에 정자 하나가 높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난 도로가 위태위태해 보이나 도덕정道德亭의 위치 선정은 뛰어나다. 다만 정자 옆으로 도로가 나 있어 오가는 차들의 소음으로 인해 호젓함을 즐길 수 없는 게 아쉽다.
도덕정 아래 계곡의 물은 아직 맑다. 다슬기를 줍는 여인의 모습이 평화롭다. 집채만한 바위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에 가을이 깊어감을 알겠다. 천길 벼랑 끝에는 수천년을 견뎌온 소나무가 청청하고 물기운이 약한지 몇 몇 나무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하였다.
바위에 바위를 포갠 모습이 흡사 부처와 같다 하여 대불바위, 천렵바위, 쪽두리바위, 용소바위. 바위 이름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부여의 낙화암까지 뚫려 있다는 용소는 이 계곡이 얼마나 깊은가를 말해 준다.
아직 단풍은 일러 계곡의 깊은 맛은 덜하다.
단풍이 붉음을 토하면 기암과 절벽이 어우러져 선경을 빚어 내리라.
단풍이 붉음을 토하면 기암과 절벽이 어우러져 선경을 빚어 내리라.
편리의 산물인 네비가 있었다면 이곳을 아예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안내에 따라 이동만 할 뿐이다.
정해진 길만큼 단조로운 여행이 있을까. 때론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그런 여행.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나만의 소중한 여행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정해진 길만큼 단조로운 여행이 있을까. 때론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그런 여행.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나만의 소중한 여행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운일암 반일암은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와 주양리 사이에 있는 게곡이다.
다음 주말 즈음에 단풍이 절정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말 즈음에 단풍이 절정이 아닐까 싶다.
김천령의 Daum 블로그(http://blog.daum.net/jong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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