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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거제도에 이런 곳도 있었네! 거제 맹종죽 테마공원

 

 

 

 

거제도에 이런 곳도 있었네! 거제 맹종죽 테마공원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잠시 쉰다는 것이 어쩌다 보니 한 달을 훌쩍 넘겨 버렸습니다. 거제에 다녀온 지도 아마 그동안쯤 된 듯합니다만….

 

 

거제 하면 으레 바다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요. 외도니 지심도니 하는 섬들과 바람의 언덕이나 해금강, 와현이나 학동 등의 해수욕장, 여차 홍포 해안길 등 이름난 명소들이 대개 섬의 바다를 따라 나 있으니까요.

 

 

거가대교가 놓인 이후 거제는 휴양 섬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연일 밀려드는 인파로 섬은 고유의 풍경을 잃은 지 오래되어 한적한 곳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 바다 가운데의 섬에 아주 흔치 않은 풍경이 하나 있는데, '거제 맹종죽 테마공원'이 그곳입니다.

 

 

바다 여행이 지겨울 즈음 이곳에 가면 또 다른 거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맹종죽 하면 얼핏 맹종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테지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맹종죽을 심은 시배지라고 합니다.

 

 

테마공원 입구에는 소남 신용우 선생 기념비가 있습니다. 1927년 일본 큐슈지방을 시찰하면서 중국 화남지방이 원산지인 동죽 세 그루를 가져와 자택 뒷산에 심은 것이 시초가 되어 오늘날의 맹종죽 대숲이 된 것입니다.

 

 

테마공원으로 가는 길에선 온톤 대숲을 이룬 산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됩니다. 그 길의 끝 즈음에서 울창한 대숲을 자랑하는 맹종죽 테마공원과 맞닥뜨리게 되지요. 입장료 2000원을 내고 공원으로 들어서면 금세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짙은 대숲이 펼쳐집니다.

 

 

사랑의 맹세를 한 조각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고 대숲 사이로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 느긋하게 숲을 헤칩니다.

 

 

대숲 중간 중간에는 쉼터가 있는데요. 의자와 벤치가 다양해서 어떤 것은 거의 드러눕다시피 해서 대숲을 완상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대숲 사이에선 세상의 어떤 잡음도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그저 '쏴~아, 쏴~아' 하는 바람소리에 씻겨 갈 뿐이지요.

 

 

대숲이 끝나는가 싶으면 편백나무도 보이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선 맨발로 걸을 수 있습니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길에선 발바닥에 닿는 시원한 대나무의 느낌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집니다.

 

 

산모롱이에 있는 쉼터에선 바다가 보입니다. 칠천량입니다. 임진왜란 때 해전이 벌어졌던 그 칠천량 말입니다. 1597년 음력 7월 4일 이곳 바다에서 조선 수군은 거북선 3척을 포함하여 100여 척의 판옥선을 잃고 패하게 되지요. 원균도 고성 추원포까지 후퇴했다가 결국 목숨을 잃게 되지요.

 

 

대숲이 끝났나 싶었는데 다시 숲이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모험의 숲'이 나타납니다. 난이도에 따라 오리코스, 갈매기코스, 기러기코스가 있습니다.

 

 

가족끼리 함께하기 딱 좋은 체험장입니다. 서바이벌도 있는데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군요. 오늘은 패스~

 

 

숲의 끝에는 대나무 공방이 있습니다. 이곳 하청에서 태어나 3년 전부터 죽기를 다듬고 옻칠을 배우다 올 3월에 이곳으로 들어온 한 살 터울인 남정우(46), 강혜경(45)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하청죽예원입니다. 이곳에선 대나무로 간단한 체험을 할 수 있는데요. 대나무로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을 생각하다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냅킨을 생각했답니다. 적당한 대나무 통을 골라 채색된 냅킨을 붙이는 아주 간단한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완성품들은 제법 잘난 티가 나더군요.

 

남정우 씨는 대나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대나무그릇은 매일 사용하면 좋지만 가끔 사용하면 곰팡이가 생긴답니다. 습기를 머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개의 대나무 제품은 화학약품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답니다. 전통 방식으로 옻칠을 하려면 한 말에 200만 원이나 하는 옻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대나무는 우리와 생각하고 있는 것하고는 많이 다르답니다. 완전히 둥근 것도 없고 똑바로 곧은 것도 없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대나무를 찬찬히 살폈더니 과연 완전히 등근 것도, 똑바로 곧은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

 

“여름에 대숲이 시원한 것도 사실입니다. 바깥 온도보다 2~3도 낮기 때문이죠. 근데 모기가 많아요. 댓잎이 습기를 머금어서 그런가 봐요. 낮에는 그나마 연무방역을 해서 모기가 없는데 저녁 5시나 6시가 되면 굉장히 많아집니다.”

 

 

남 씨 부부는 굳이 전통방식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다양한 대나무 공예를 시도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나무 장승도 만들고 있는데 뿌리 무게만도 70~80kg에 달합니다. 주로 대나무가 여물어지는 가을에 시작한답니다. 게다가 대나무 숯 등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공방체험과 대나무반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사코 사진을 거부하는 부부. 대나무를 손질하는 톱질 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다시 길은 어두컴컴함 대숲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