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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번잡함을 피해 해질녘에 간 신흥사


번잡함을 피해 해질녘 신흥사
- 청동불좌상의 위압감과 휑한 절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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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는 애초 목적지가 아니었다.
절집을 자주 찾곤 하지만
왠지 꺼려지는 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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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 설악산에 위치한 신흥사는
절집의 내력이나 외형을 떠나
넘치는 인파로 절집의 호젓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절집하면 예의 그 고요함이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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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악의 비경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해는 떨어진지 이미 오래, 설악의 번잡한 절집에도 고요함이 찾아 왔다.
아무리 번잡한 절집이라도 어둠이 내리는 저녁과 이른 새벽은 소란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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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번잡함을 피하려다 어둠에 갇히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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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암 강세황이 쓴 용암대선사비가 있는 부도밭을 지나 얼마간 걸으니
청동대불좌상이 위압감을 주며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마어마한 불상의 크기만큼
 중생을 향한 마음도 그만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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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악의 맑은 계류가 절집 다리 아래로 흘러 간다.
시끌벅적함은 다리 건너에 남겨두고
적막을 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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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
빛이 바랜 불화에 나무결이 고스란히 드러나
한결 자연스럽다.
나무결만 있는 벽면을 얼핏 보면 한 폭의 산수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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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루 옆에는 미끈한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고개를 숙여 절마당에 들어서니
극락보전이 늘씬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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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창살과 화려한 단청에 잠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절집 자체가 주는 맛도 그윽하지만
세세히 살펴보는 눈은 즐겁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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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하나 없는 절마당은 말그대로 '무'다.
없음으로 인해 있게 되고
있게 하고자 하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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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마라. 그러면 이루어질 것이다.'
절집에서 뜬금없이 묵가의 글귀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연세 지긋한 노인 한 분이 깊게 앉아 있다.
무언가를 애써 보기보다는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 그저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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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인 65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향성사香城寺'라는 이름으로 세웠으나 효소왕 때 불타버렸다고 한다.
이후 의상대사가 향성사의 암자인 능인암터에 절을 짓고 '선정사禪定寺' 라 하였다.
1,000여 년간 번창하던 절집은 1642년에 다시 불타 버렸다.
많은 스님들이 절을 떠나고 영서, 혜원, 연옥 세 스님이 남아 절을 다시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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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대에서 본 울산바위와 신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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