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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기묘한 석탑에 물든 단풍 '와우정사'

기묘한 석탑에 물든 단풍 '와우정사'
- 잠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절집


여주에서 다시 차를 달려 용인으로 향했다. 와우정사臥牛精舍로 가기 위해서였다. 한적한 소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수도권은 정말 적응이 아니올시다. 매년 한양 땅을 수 차례 가지만 볼일만 보고 부리나케 내려와 버린다.


몇 해 전 강화도 여행길에 경기 인근을 통과하다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다. 내가 조용한 시골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절절히 느끼게 해준 길이었다. 희뿌연 하늘과 자동차 소음, 엉망인 도로 상태, 차선을 끼어드는 분별없는 차들, 시골 여행자가 운전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길이었다.


인구 100만을 돌파하였다는 용인시를 지나 한적한 시골길을 접어드니 와우정사다. 수도권이라 호젓한 맛은 남도의 깊숙한 절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그나마 서울 사람들의 복일 것이다. 서울에서 반나절 일정으로 나들이하기에는 딱이다 싶은 곳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산세도 볼만하다.


비포장길이 잠시 이어지더니 이내 절집 마당이다. 연못 위로 불쑥 솟은 불상이 다소 위압적이지만 느긋한 주변의 산세와 연못 주위의 나무들이 정감을 주어 불안감을 누그러뜨린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흙길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대도시 인근이라 절집으로의 접근과 편리를 우선에 둔 결과로 보인다. 사실 절집 내의 공간 배치도 소홀한 편이다. 비포장길이 끝나는 지점의 주차장이 휑한데다 연못 옆과 뒤편의 공간도 너무나 넓다. 여백으로 두기에는 무심함이 느껴진다.


도시민들에게 짧지만 지극한 아름다움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진입로와 주차장, 연못 옆과 뒤의 공간으로 보인다. 산허리로 이어지는 절집 배치와 석탑과 돌탑, 나한상들에 들인 공력이 대단하다. 다만 이러한 공력의 애쓴 흔적이 앞 공간의 무심함으로 반감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호국불교의 요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와우정사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이 통일의 탑이다. 석탑 수 기가 계곡을 따라 한 줄로 서 있다, 감나무가 붉은 홍시를 달고 있고 계곡 쪽으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벚나무가 보이니 봄이면 벚꽃이 아름다움을 대신 채우리라. 세계 각국에서 온 돌로 탑을 쌓았다고 하니 그 정성에는 놀랄 따름이다. 돌 하나 하나를 차곡히 쌓은 석탑은 기존의 양식과는 다른 석탑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반가 사유상을 지나 약사여래 가는 길에 단풍이 붉다. 최근에 조성된 석상들이 다소 생경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불자들의 정성이 우리네 유산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불사중이라 이리저리 어지럽다.
어지러운 뒤에 고요가 있듯 이곳도 세월이 흐르면 수행처이자 고요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하리라.


다시 석탑 아래로 내려 왔다. 바람에 나뭇잎이 하나 둘 물 속으로 빠진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