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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질박함의 아름다움 '서산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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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가는 길은 다채롭다. 운산 삼화목장의 드넓은 초원지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들과 산허리를 잠군 저수지의 푸른 물빛에 눈을 팔다보면 어느덧 개심사 초입이다. 가야산의 한 줄기인 상왕산 기슭에 개심사는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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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 주차장이 왁자지껄하다. 예전에 없었던 상가가 몇 군데 눈에 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꾹 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은 생뚱맞은 일주문이 길 가운데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위압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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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좋은 기억들을 애써 떠올리며 절로 향했다. 다행히도 일주문 안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다. 아니 절입구 세심동 표지석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일주문이 세워져 차량 출입을 통제한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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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동洗心洞. 마음을 닦고 절에 오른다. 아니 닦으려 오른다. 비 온 뒤라 습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한차례 솔바람이 부니 상쾌하다. 개심사를 떠올리면 늘 세심동 표지석에서 절마당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울창한 솔숲 아래 깔린 돌층계는 구불구불 절마당까지 이어진다. 절집가는 길지 않은 이 길은 돌층계가 있어 단조롭지 않다. 연인끼리 손을 잡고 절로 오르는 돌길은 절로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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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절마당에 이르면 제일 먼저 네모꼴 연못이 길손을 맞이한다. 개구리밥이 온통 연못을 덮고 있어 언뜻 보기에 물빛이 초록인냥 보인다. 수련 몇 떨기가 황색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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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을 에둘러 가는 흙길보다 연못 위로 난 돌다리를 건너면 선계에 드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나무다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위에 지친 일행은 하염없이 연못만 바라본 채 매미소리에 묻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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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언덕 위에는 잘생긴 배롱나무(백일홍) 한 그루가 서 있다. 여름날 연못가의 배롱나무만큼 운치있는 나무도 드물다. 여산의 가람 이병기 생가와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도 연못이 있어 그 아름다운 자태가 더욱 돋보인다.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아 아쉬웠지만 예의 그윽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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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의 의자에 잠시 다리쉼을 하였다. 멀리 가지 사이로 범종루와 안양루가 보인다.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라고 쓰인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근대의 명필 해강 김규진이 전서체로 썼다. 안양루에 서면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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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덥다. 절이 자리한 곳이 그리 높지 않은 탓이다. 제멋대로 생긴 나무를 그대로 기둥삼은 범종루의 천연덕스러움에 홀로 빙그레 웃어 본다. 자연스러움이 때로는 더위마저 날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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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천연덕스러움은 '심검당'에서 한층 대담해진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요사채의 부엌문과 옆 벽면의 천연스러움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벽면의 창이 다소 엉뚱스럽지만 건물 자체의 자연스러움을 해하지는 않는다. 질박함이 천연스러움에 묻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곳이 개심사의 '심검당'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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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숲길로 들어서면 쓰러질 듯한 건물이 한 채 있다. 해우소이다. 쓰레트지붕에 떨어져 나간 문짝이 괴기스러움마저 느껴지는 해우소는 주위 울창한 수림으로 인해 적막감마저 감돈다. 해우소 안을 들여다 보다 얼른 뛰쳐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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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검당 뒷뜰에 토벽집이 하나 있어 걸어가 보았다. 얼기설기 짜 맞춘 창마저 쓸쓸하다. 왠지 모를 궁금증이 일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안에는 각종 기구들이 보관되어 있다. 농막처럼 보이는 이 건물이 왠지 정이 간다. 어쩔 수 없는 촌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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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무량수각'이다. 무량수각의 첫 기둥도 제멋대로이다. 명부전으로 내려가는 돌층계가 기발하다. 삼면에 위치한 건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반원형의 둥근 모양으로 동선을 만들었다. 작은 배려가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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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에서 쓰레트지붕을 한 건물을 네 개나 보았다. 해우소와 심검당 뒤의 건물, 우물, 우물 옆의 건물 등이다. 쓰레트지붕이 대개 눈에 거슬리는 법이지만 이곳의 건물들은 왠지 정감이 간다. 깊은 산중의 암자처럼 반듯한 건물을 지을 여력도 없이 겨우 비바람만 가려 수도에 정진하는 수도승의 모습이 자꾸 눈에 아련거려서일까!
우물 옆의 건물은 아예 벽도 막돌로 마구 쌓았다. 아무 거리낌없이 꼭 필요한 만큼만 지은 검약한 흔적이 엿보인다. 눈의 질박함이 때론 마음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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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원래는 개원사라 하였는데, 1350년에 처능이 중건하면서 개심사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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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에 가면 꼭 봐야 할 것이 있다. 울창한 수림. 연못과 수련. 배롱나무. 제멋대로 휘어진 범종루와 심검당, 무량수각의 기둥과 대들보. 다포계지만 주심포양식이 절충된 대웅전. 명부전의 목조 지장보살상과 흙으로 빚은 시왕과 역사상. 산신각에서 내려다보는 개심사 전경. 삼화목장(농협중앙회 가축개량사업소)의 초원과 소떼들. 이왕이면 여름보다는 가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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