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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담다

올해 꼭 가야할 봄꽃여행지 Best10



올해는 꼭 가야할
봄꽃 여행지 Best10

유독 추웠던 날씨로 남도의 꽃들도 뒤늦게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봄꽃이 피면 어딘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느냐 만은 여기에서는 남도를 대표하는 봄꽃 여행지를 소개해 봅니다. 모두 10곳을 선정했는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곳과 덜 알려진 곳을 적절히 섞다 보니 빠진 여행지도 더러 있습니다. 새봄의 마음으로 이해바랍니다.


1. 처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수유마을

전남 구례 산동 일대는 산수유마을로 유명하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는 산동면에는 산수유꽃이 피는 마을이 30여 곳이나 된다. 상위 마을을 비롯해 반곡, 계천,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현천마을 등이 그것이다.


노란 산수유가 온 마을과 들녘을 채우건만 이곳은 지리산 자락, 아픈 역사가 없을 리 만무하다. 이 마을의 백순례라는 열아홉 살 처녀가 여순사건 당시 토벌대에게 끌려가며 불렀다는 ‘산동애가’가 전해진다. 그녀는 부역혐의로 쫓기는 셋째 오빠를 대신하여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처형을 당하였다. 영문도 모른 채,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지리산처럼 말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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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섬진강에서 만난 평사리의 봄

섬진강 국도 19호선, 소설 <토지>로 유명한 평사리는 봄이면 초입부터 상춘객으로 시끌벅적하다. 원래 상평마을과 하평마을을 합쳐 평사리라 하였다. 세트장으로 번잡한 상평마을을 그대로 지나쳐 하평마을로 가면 한적한 시골마을의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고요한 시골마을.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사람소리조차 바람에 묻혀 버리는 봄의 고향이다. 어머니 눈웃음을 닮은 돌각담길,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푸른 녹차밭 사이로 핀 매화는 한적하기만 하다. 4월이 되면 평사리 들판은 자운영과 유채꽃이 만발한다. 봄을 만끽하면서 평사리 들판을 아주 느리게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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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섬진강변의 거대한 화원, 매실마을

90년대 말 매화축제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곳에 자주 들렀었다. 두꺼비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섬진나루터와 청매실농원의 옹기들 사이로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듯 피어난 매화꽃은 섬진강 일대를 눈부시게 한다.

화개교(남도대교)를 건너 861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매화마을이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활짝 핀 매화가 도로 양 옆으로 펼쳐진다. 매화마을이라 불리는 '섬진마을' 일대가 아니어도 섬진강 서안은 온통 매화 일색이다. 강마을의 밭과 산기슭에 100만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니 선경이 따로 없다. 30만여 평에 군락을 이룬 매화꽃들로 섬진강 일대는 거대한 화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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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해섬 다랭이논의 유채꽃 물결 ‘드므개(두모)마을’

두모마을은 가천 다랭이마을에 버금가는 다랭이논이 펼쳐져 있다. 금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에 다랭이논을 일구었다. 19번 국도변 아래에서 시작되는 다랭이논은 노도가 지척에 보이는 바다까지 펼쳐진다. 두모마을. 원래는 '드므개'라는 이름이었는데, 마을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두모'로 바뀌었다. '드므'는 물을 채우는 큰 항아리를 뜻한다. 즉 드므개마을은 '큰 항아리처럼 담긴 바닷가'의 마을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두모마을의 유채밭은 한가롭다. 농로를 따라 봄길을 걷고 논두렁을 따라 꽃길을 가만히 걸을 수 있는 곳. 아직 외지인에게 덜 알려져 있어 나만의, 가족만의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분명 행복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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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리운 남쪽 간이역의 봄 '득량역'

 

그곳은 어디인가

바라보면 산모퉁이

눈물처럼 진달래꽃 피어나던 곳은

........... 곽재구의 <그리운 남쪽> 중에서

 

몇 년을 두고두고 가고 싶었던 곳, 진달래 지천인 오봉산 득량역이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다가온다. 득량역. 웬만한 여행자는 이 간이역을 스쳐 지나칠 수가 없다. 사랑 아니면 인정이라도 벚꽃 아래 내려놓아야만 떠날 수 있는 곳이 간이역이다. 득량역에는 김밥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기면 역장이 친절히 안내한다. 인적이 없으니 사전에 양해를 구하면 꽃밥을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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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봄빛의 절정, 튤립 만발한 남해 다초지

남해읍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이동 방면으로 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호수 가장자리 둑에는 벚꽃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굳이 튤립 때문은 아니더라도 웬만한 여행자나 사진가들은 한 번씩 들리는 곳이 이곳 장평지이다. 호수 위의 벚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장평지는 최근 다초지라고도 불리며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빨강, 분홍, 노랑, 분홍색, 흰색, 자주색 등 화려한 튤립이 원을 그리며 혹은 하트 모양을 만들며 넓은 대지에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 작은 장평 저수지 일대는 요즈음 튤립과 유채꽃을 심어 상춘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1만여 평에 달하는 넓은 땅에 형형색색의 튤립은 봄이 절정에 달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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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리산자락에 피어난 화개 십리벚꽃길

겨울에 칡꽃이 피었다 하여 화개동천이라 불리는 이 계곡은 쌍계사, 칠불암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에 벚꽃을 심은 것은 일제 시대였다. 1928년 화개면장을 지낸 김모씨가 쌍계사 가는 길을 넓히면서 일본에서 구입한 벚꽃 묘목을 심은 데서 비롯되었다. 한때는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으뜸가는 명소가 되었다. 수십 년 된 아름드리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최근에 많이 들어선 녹차밭과 벚꽃길이 퍽이나 어울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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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쪽빛 다도해에 펼쳐진 삼천포 유채꽃

유채꽃하면 누구나 제주도를 먼저 떠올린다. 사천(삼천포) 초양도 일대의 유채밭은 제주도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사천(삼천포) 유채꽃을 구경하기에는 각산이 제일이다. 삼천포-창선대교를 들어서기 전에 대방사 가는 길을 잡아 산을 오르면 된다. 대교와 섬들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각산 봉화대이다. 섬과 바다, 다리와 유채꽃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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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동백의 대명사 선운사 동백

선운사 대웅전 뒤안길을 돌아가면 동백군락지가 있다. 뭇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많은 시인들의 시흥을 돋운 주인공이다. 여행자가 돌아본 동백의 으뜸으로는 단연 강진의 백련사와 거제도 지심도의 동백이다. 사실 선운사의 동백은 그렇게 장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동백군락지를 처음 보는 이들에겐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기실 남쪽의 동백군락지를 보고 나면 그 자체로는 감흥이 줄어든다.

 

그런데도 선운사 동백이 왜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잡하게 얽힌 듯하다. 동백꽃 자체의 아름다움이라면 지심도와 오동도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선운사 동백은 도솔천과 선운사에 얽힌 갖은 설화와 여기를 거쳐 간 많은 이들의 흔적들이 상상력과 결합되어 표출되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동백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최북단이 바로 선운사이다. 서울토박이들이 동백꽃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선운사이다. 수령 5백년이 된 3,000여 그루의 동백군락을 중부지방에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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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산골 다랭이논에 활짝 핀 하고초꽃

함양군 백전면 양천마을. 양천은 윗말과 매치마을, 양지말 3개 마을이 있다. 고려 말 재상인 박홍택이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논이라고 해봤자 하늘에 걸린 손바닥만한 다랭이논이 전부다.

사람이라고는 1007번 지방도를 따라 백운산을 찾는 이들이 전부였던 산골마을에 요즈음 외지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양천마을 천수답 다랭이논 10만㎡(3만평)에 '꿀풀이'라고 불리는 하고초꽃을 심었다. 산골마을이 온통 활짝 핀 보라색 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고초는 한방에서 4대 약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쌀농사와 잡곡만을 생산해 오던 산골마을에서 4년 전 함양군의 하고초 재배 제의를 받고 30여 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하고초를 심기 시작하였다. 5월말, 6월초에 가면 된다.




 

☞ 위의 여행지는 <월간 사진> 2011년 4월호에 실린 6곳의 봄꽃 출사지에다 4곳을 더 추가하여 소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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