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을 담다

온몸 가득 봄을 터뜨리는 꽃, 납매가 피었어요!

 

 

 

 

온몸 가득 봄을 터뜨리는 꽃, 납매가 피었어요!

 

산속을 헤매다 길을 건넜다. 아니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일부러 산속을 헤맨 척 한 것이다. 매화 중 가장 빨리 핀다는 납매가 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으나 나 자신의 감동을 위해 부러 산길을 에둘러 갔던 것이다.

 

 

지난 26일, 유난을 떨던 올겨울 추위도 잠시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다시 맹추위가 찾아왔다. 바람은 몹시 불었고 푹 눌러쓴 모자가 몇 번이나 시린 하늘로 날아갈 뻔했다. 햇빛도 바람에 날려 흐지부지 제빛을 잃고 있었다.

 

 

경남 진주의 남부산림자원연구소에 도착한 건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해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잰걸음으로 납매를 찾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린 끝에 양지바른 언덕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납매를 찾았다.

 

 

‘그래, 산길을 부러 돌아온 보람이 있군.’

산길을 에둘러 오지 않고 바로 차에서 내려 매화를 보았다면 이만한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따뜻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후다닥 떠나는 건 추위에 떨며 온몸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다. 나 스스로 찬바람에 떨고 나서야 매화가 주는 봄의 감동을 비로소 온몸으로 받아들게 되는 법. 떨림과 설렘이 없는 삶은 권태롭다. 가끔 주어지는 감동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감동, 때론 그런 감동도 필요하다.

 

 

납매는 고혹했다. 차분한 노란색의 꽃잎은 언뜻 산수유꽃 빛이나 개나리꽃 빛을 닮았다.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꽃은 잎보다 먼저 나와 향기를 내뿜는다. 단조로운 가지에 노란 봄이 무더기로 매달려 있다.

 

 

 

꽃은 아이 손톱만한데 커봤자 2cm 정도다. 이곳 언덕에는 모두 세 그루가 있는데, 모두 1m 정도의 작은 키다. 다 자라면 3~4m 정도는 된다고들 하지만, 한 그루만 꽃이 무성할 뿐 두 그루는 아직 겨울과 봄을 다투고 있다. 그래서일까. 땅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빨아들이려는 듯 꽃잎은 모두 아래로 향하거나 햇빛을 향해 살포시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매달려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납매는 당매(唐梅)라고도 한다.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꽃은 깊숙하다. ‘납매(臘梅)’의 ‘납(臘)’자는 ‘섣달’이니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이겠다. 추운 겨울에 꽃을 피워 중국에서 즐겨 심다가 일본과 우리나라에 들어와 관상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겨울 끝자락에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 꽃소식이라는 뜻의 ‘화신(花信)’, 추위를 뚫고 찾아온 반가운 손님에 비유해 ‘한객(寒客)’으로도 불린다. 납매는 예부터 옥매(玉梅 매화의 일종), 다매(茶梅 동백꽃), 수선(水仙 수선화)과 함께 ‘설중사우(雪中四友)’ 중의 하나로 꼽히는 한겨울 꽃이다.

 

 

진주 납매는 이곳 남부산림자원연구소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볼 수 있다. 남부산림연구소는 평일(월~금) 9시~18시까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가능하며 그 외의 시간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