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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담다

난생 처음 야생화 촬영, 으메! 사람 잡네

난생 처음 야생화 촬영하던 날
                                                      으메, 야생화 사람 잡네


무주 적상산에 야생화 트레킹을 가기 며칠 전
아는 사진가에게 접사렌즈를 빌렸다.

"삼각대도 필요할 걸요"
그의 조언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거추장스러운 건 딱 질색이라 정중히 사양했다.
사실 여행자가 처음 사용해 보는 접사렌즈도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가기로 했다.


너도바람꽃 군락지가 있는 적상산 어느 지점에 일행과 함께 내렸다.


'허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끔 블로거들이 올리는 사진에서 보면 바람꽃은 상당히 커 보였는데
에구구 겨우 3~4cm 정도의 크기였다.


그냥 서 있기도 뭐해서 일행들처럼 나도 정중히 무릎을 굻고 팔꿈치를 언 땅에 대고 숨을 골랐다.
한 10여 분 동안 세 컷 찍었을까.
"에이"
그냥 일어서서 나와 버렸다.
너도바람꽃이 있는 장소가 응달이라 손은 얼어터질 것만 같았다.
빛이 없는 데다 삼각대도 없어 수동으로 아무리 조절해도 촛점이 형성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한동안 일행들이 사진 찍는 것을 구경만 했다.
다들 열심이다. 어떤 분은 반사판까지 대동했다.
역시 야생화는 아무나 찍는 것이 아니구나.


자리를 옮겨 복수초 군락지로 갔다.
아, 글쎄 이분들도 난쟁이가 아닌가.

꽃을 피우지 않는 수상한 복수초 삼형제

다행히 복수초가 피어 있는 곳에는 햇빛이 들어와 있었다.
쌀쌀한 날씨로 인해 복수초는 꽃잎을 쉽게 열지 않았다.


다시 정중히 무릎을 굻고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며 꽃에게 다가갔다.


아, 이번에는 빛이 강해 문제가 생겼다.
사진은 빛이라고 하지만 야생화 촬영은 정말 빛에 좌우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제대로 된 빛때를 만날려면 무릎이 박살나겠군. ㅎㅎ 


또 하나의 문제는 복수초가 무리지어 있다 보니 걸음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작은 생명체를 혹시나 밟을까 염려되어 한 걸음 옮기는 데도 진땀이 났다.


 사진 한 번 찍고 허리 펴고

사진 한 번 찍고 한숨 짓고
사진 한 번 찍고 무릎 톡톡
사진 한 번 찍고 눈물 뚝뚝


마치 경건한 숭배 대상에 대해 정중하게 절을 하는 듯한 동작이 반복되었다.
처음의 힘듬은 점점 엷어지기 시작하였다.
몸을 낮추어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행동들이 반복되자
야생화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래도 힘든 건... 에고고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야생화를 찍은 적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야생화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이날 난생 처음으로 108배를 한 것 같다.
대상에 대한 경외와 그를 넘는 일체감
'하심'에 대해 어렴풋이 배웠다고나 할까. 에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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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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