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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길 위의 사람들

천태산 지킴이 배상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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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한없이 달리다 계곡 깊은 산을 찾았다. 충북의 설악산이라 불리는 해발 715미터의 천태산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길을 오르다 보니 한 할아버지가 무언가 열심히 일을 하신다. 궁금증은 생겼으나 영국사를 한 번 둘러볼 요량이여서 그냥 지나쳤다. 절집에서 내려오는 길에서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무거운 돌을 힘겹게 옮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무슨 일 하세요?"돌탑이라도 쌓을려고 그러시나라고 생각하며 여쭈어 본다.
"꽃밭 만들려고. 돌 치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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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일곱이신 배상우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이곳 영동군 영산면 소재지에서 약국을 운영하신다. 여행자가 먼저 말을 건네니 할아버지도 잠시 허리를 펴고 풀밭에 앉으며 말문을 여신다. 할아버지는 자연보호 영동군 협의회 회장 일을 21년 정도 하시다 작년에 그만두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이곳 천태산에 와서 등산로를 정비하고 꽃길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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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20년 넘게 천태산 등산로를 정비한 결과 지금은 이곳을 자주 찾는 등산객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정도라고 한다. 이곳을 찾은 한 독일 교포는 산이 잘 보호되어 있어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 뵙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천태산 급경사 암반에는 로프와 자일을 일일이 설치하고 등산객들이 나무에 무질서하게 묶은 리본들은 영국사 입구에 대를 설치하여 한 곳에 정리하였다. 산 정상에는 18년 동안 방명록을 비치하여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에게 산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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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1년에 한 번, 가을에 인건비와 자재비 지원이 나온다고는 하나 천태산을 보호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땀의 결과이다. 영국사 신도회장 일도 하시는 할아버지는 천태산이 한국의 100대 명산이며 순위를 따지자면 47위 라며 천태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예전에 한 번 이곳에 채석장이 들어올 뻔 하여 할아버지는 서울길을 수 번이나 다녀와서 결국 승소를 하여 이 산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는 이곳 누교리 지명의 유래, 영국사의 역사, 천태산 이야기로 끝없이 이어진다. "분재하는 사람들, 제발 산에 와서 소나무 좀 캐지 말았으면 좋겠어. 젊은 사람들 쓰레기 버리는 것도 좀 그렇구."
대운하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즈음. 천태산 배상우 할아버지의 산사랑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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