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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길 위의 사람들

천국을 만드는 욕지도 최숙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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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지도의 끝자락에 할머니 모녀가 예쁜 동산을 꾸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유동마을로 향하였다.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 둔 채 바다를 옆에 끼고 한참을 올라 가니 등대가는 길과 갈림길이 나왔다. 솔바람 소리 따뜻한 오솔길을 내려 서니 남해 푸른 바다가 눈 앞에 시원스레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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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덴동산'
바다를 안마당 삼고 푸른 대숲이 울타리를 이룬 곳에 지상의 천국이 있었다. 이 섬의 동산에는 최숙자할머니와 그의 딸 윤자영씨 모녀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동산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할머니가 고함을 치신다. "선생님, 사진만 찍으면 뭐한데요, 이리 와서 설명을 들어야 집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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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부르는 최숙자 할머니이다. 대한민국 모든 방송사에서 촬영해 갈 정도로 유명한 스타급 할머니다. 할머니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테이블과 의자에서 이 동산을 세우게 된 연유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셨다. 11년 전 따님이 위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 모녀는 아무 연고도 없는 이 섬에 들어 왔다고 한다. 지금은 성자 같은 생활로 병도 호전되고 있다고 한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땅 밑의 돌을 캐어 그렇게 11년 동안의 피땀으로 이 동산을 일구었다고 한다. 동산을 만들고 마음을 수양하는 일이 일과의 전부이다. 끼니도 쑥같은 것을 뜯어 계절에 맞는 풀죽으로 때울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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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하시며 한 말씀 던지셨다. "이왕 사진을 찍을꺼면 예쁘게 찍어 줘" 하시며 포즈까지 취해 주신다. 사진을 찍고 나니 젊은 시절 사진과 자식들의 사진을 보여 주셨다. 정말 멋쟁이였고 고왔던 분이었다. 해맑은 얼굴은 이 분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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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앨범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이 세상 자신있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남았을까요?'

젊은 시절의 최숙자 할머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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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자 참  멋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멋쟁이다!
그런데, 이 순간이 영원할 수 있을까?
만약 영원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세상을 '탈출'하지 않을꺼야!'

최숙자할머니 - 이 동산을 11년째 가꾸어 온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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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자의 아름다움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요.
영원한 나라에 가고 싶어요.
새 예루살렘에......
그 낙원이 영원하다고 말했어요.
그곳에 가고 싶어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나라
고통과 죽음이 없는 나라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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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자가 가꾸어온 소중했던 민락 에덴!
내 남편과 한께 지은 귀중한 추억의 집!
우물! 폭포! 시냇가! 단풍나무! 동백꽃!
어여쁜 내집!
노랑나비 흰바비 같은 최숙자!
영원하겠지요?
변할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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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앨범을 다 보고 나자 할머니가 문득 여행자를 보고 미국 배우를 많이 닮았다고 하였다.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난다면서 방에 있는 따님한테 물어 보신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미국 최고의 멋쟁이 배우가 누구냐"고 물어 보았지만 따님도 잘 모르겠다고 하고 당신도 기억을 떠 올리지 못하셨다. 여행자는 순간 우쭐하였다. 마치 배우가 된 듯한 기분, 실제의 외모는 아닌데도 말이다. 선한 사람 눈에는 모든 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가 보다.

새에덴동산 -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유동마을 끝에 있다. 여유가 있으면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해안풍경을 감상하며 걸어가는 편이 좋다. 도로가 좁아 마주 오는 차량이 있을 경우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은 마을에서 좁은 시멘트길로 오분 정도 가면 된다. 포장길이 끝나는 시점에 공터가 있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나면 두 갈래의 오솔길이 있다. 왼쪽 오솔길은 유동등대 가는 길이고, 새에덴동산은 오른쪽 길을 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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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간도 다 되어 가고 다른 손님 일행들이 와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항상 사랑하고 기뻐하고 감사하게 살아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하며 새에덴동상 촬영 DVD를 선물로 주었다. 집에 와서 알았지만 가격이  20,000원이었다. 지갑을 차에 두고 와서 돈을 드리지 못했던 게 죄송스러웠다. 다음에 꼭 한 번 다시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욕지도 노적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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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오는 배에서 최숙자 할머니, 천상병시인, 성자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스크랩은 Daum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 (클릭)에서 해 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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