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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골짜기인 곡성땅은 석곡, 죽곡, 오곡, 호곡, 가곡 등 '골짜기 谷'자를 쓰는 지명이 많다. 섬진강이 굽이굽이 흐르며 산자락 곳곳에 골짜기를 만들었다. 도로가 놓이기 전 강을 건너는 유일한 수단은 나룻배였다. 예전 섬진강 언덕에는 양 마을을 잇는 나루만 해도 족히 십여 군데 이상이었다. 섬진강 강배의 특징은 쇠줄을 강 양안에 묶어 두고 줄을 당겨 배를 움직이던 줄배였다. 그러던 것이 도로가 놓이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줄배와 나루는 옛 추억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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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남아있던 화개장터의 나루터도 다리가 놓이면서 사라져 버렸다. 옛 정취는 편리 속에 그 자취를 감춘 셈이다. 수십 번이나 다녀 갔던 섬진강, 오늘도 문득 강이 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 섬진강에서 유일하게 줄배가 남아 있는 곳이다. 호곡리 나루를 가는 길은 대개 곡성읍을 거쳐 60번 군도를 달려 고달면 소재지인 목동을 지나 강을 따라 내려가면 호곡리에 이르게 된다. 여행자는 이 길 대신 압록역에서 17번 국도를 달리다 곡성읍 못미처 오곡면 침곡리에서 나루를 건너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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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배는 오곡면 침곡리와 고달면 호곡리를 잇고 있었다. 나루터에 도착하니 배가 강 건너 편에 있었다. 어쪌 줄 몰라 가만히 서 있었더니 한 호기 있는 이가 줄을 당겨 배를 강 이편으로 끌었다. " 뭐 하세요. 빨리 타요." 얼떨결에 배에 올랐다. 처음의 낯가림도 잠시 이내 줄을 같이 잡아당기기 시작하였다. 봄내음 가득한 오월의 강바람이 뱃전에 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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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 이리저리 마을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강 건너에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줄을 당기는 모습이 힘겨워 보여 소리쳤다. "할머니, 제가 배 타고 건너 갈까요?"  " 괜찬여" 할머니는 무슨 소리냐는 듯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느릿느릿하지만 능숙한 손놀림, 젊은 사람들의 빠르지만 엉성한 손놀림과는 달랐다. 쇠줄을 당기면서 고리에 매달린 끈을 앞으로 밀치며 미끌리듯 이내 나루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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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할머니. 순천 황전면 괴목마을이 고향인 할머니는 17살에 이곳 고달면 목동으로 시집을 왔다고 하였다. " 얼굴도 모리고. 속아서 시집왔제. 지금은 영감도 없고. 혼자 살어." 살며시 웃으시며 답하시는 양이 오랜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 있었다. 육남매를 키워 서울로 보내고 지금은 남편의 고향인 이곳에 들어와 홀로 사신다고 하셨다. 논 두어 마지기에 쌀농사를 짓고 기계가 들어가지 않는 논에는 매실과 감나무를 심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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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곡리는 나루가 있는 범실, 중간마을인 고리실, 아랫마을인 샅골로 되어 있다. 지금 강을 오가는 줄배는 십여 년 전에 군에서 주었다고 한다. 마을까지 들어오는 좁은 도로가 있음에도 강을 건너야 하는 필요와 나루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줄배를 마을에 맡긴 것이다. 유사 2명을 뽑아 번갈아 가며 배를 관리한다고 한다. 장마라도 올라치면 온동네 사람들이 나루터에 모인다. 배가 물에 쓸려 내려 가지 않도록 언덕위로 끌어 올려 배를 큰 나무에 묶어 두기 위해서다. 동네 사람들이라고 해 봤자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니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군에서 관리비나 보조금이 나오냐는 물음에 " 우리 동네는 표가 적어. 부락 사람들 다 모아봤자 몇 표나 되것어. 그러니 국회의원이나 높은 분들이 신경이나 쓰것어." 라고 말씀 하신다. 허기야 윗마을에 7집, 중간에 1집, 아래에 2집이 전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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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지도자이자 부녀회장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마을 일을 하신다는 일흔 넷의 김복희할머니. 한 십년 정도 서울에 산 것 외에는 줄곧 남편의 고향인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오셨다고 한다. "구경온 사람들이야 배 한 번 타고 가면 고만이제. 줄 꼬이면 풀고 배에 물 차면 바가지로 퍼내는 것은 우리 노인네들 몫이여. 저게 애물단지여. 저짝 아래로 사람만이라도 다닐 수 있는 다리나 하나 있으면 원이 업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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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용돈이나 조금 쥐어드려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하니 별소리 다한다며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드신다. 섬진강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였고 할머니는 산아래를 돌아 마을로 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 줄배타는 요령
줄배에는 두 가지 줄이 있다. 쇠줄로 배를 움직이고 고리줄은 강 건너 사람은 없고 배만 있을 때 배를 강 이편으로 끌어당길 때 상용한다. 굵직한 쇠줄을 당기면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쇠줄을 당김과 동시에 고리가 달린 줄을 앞으로 밀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줄이 꼬여 엉망이 된다. 배에 바가지가 있으니 물이 차면 퍼주는 마음씀씀이도 필요하겠다. 곡성군에서도 나루터 주위에 사진 설명과 함께 줄배 타는 방법을 적은 안내문을 세우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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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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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무나도 낯익은 풍경입니다. 잘 봤습니다..

    2008.05.13 14:31 [ ADDR : EDIT/ DEL : REPLY ]
  2. 추억이 어린 줄배로군요.
    주민들은 참 불편하겠어요~~

    2008.05.13 17: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호곡리에서 고달면 쪽으로 길이 나 있지만 17번 국도 쪽으로는 없어 정작 버스를 타기에는 불편이 있다고 합니다. 그날도 할머니는 절에 갔다 오면서 왕복택시비를 2만원이나 썼다고 합니다..

      2008.05.13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3. 멋지군요.
    이젠 대부분 사라진 정취지요.
    여전히 향수를 지극하는 고향 이야기입니다.

    2008.05.13 19:36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에게는 생소하면서도 참 정겹게 다가오는 풍경이네요.

    2008.05.13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