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길 위의 사람들

십자매 키우는 단양의 노부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양 팔경을 구경하러 선암계곡을 들렀다. 빼어난 계곡에 위치한 모양 좋은 바위가 그 위치에 따라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으로 불린다. 상선암과 중선암을 먼저 둘러보고 하선암으로 길을 잡았다. 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로 인하여 잠시 인근 마을 슈퍼에 들러 갈증을 해결하려 하였다. 금강산이 부럽지 않은 수려한 도락산이 깊은 계곡을 이룬 곳에 가산리가 있다.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 이곳에서 우연히 십자매를 키우는 노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게에 들어가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물 한 병과 음료수를 냅다 들이킨 후에 가게 앞마당으로 나오는데 정자나무 아래 새집이 있는게 아닌가. 생김새가 하도 예쁘고 깜찍하여 할머니께 새이름을 여쭈어 보니 "십자매'하고 하였다. 새의 특징과 번식력 등 궁금증을 한꺼번에 쏟아내자 할머니는 슬며시 할아버지께 자리를 내어 주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할아버지. 새를 언제부터 키우셨나요."
"한 2년 되었지. 아마"
"새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장에. 단양장에 가면 많이 팔어. 거서 샀지."

신사 모자를 쓰고 계신 할아버지는 말씀도 구수하니 멋쟁이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할아버지께 사진 촬영 허락을 받고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아버지, 올 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여든 넷이여." 또렷한 발음으로 나이를 이야기하시는 할아버지 말씀에 여행자는 놀랐다.
너무나 정정하시기에 70대 중반 정도로 어림잡았었는데 말이다.
역시 물 맑고 산 좋은 곳에는 사람도 늙지 않고 맑아지는가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게 밖으로 나와서 십자매에 관해 더 설명을 들었다.
"이 새는 말이지. 새끼를 정말 잘 까. 번식력이 엄청나지. 암놈, 수놈 한 마리씩만 사 놓으면 몇 개월 안가서 새장이 차 버리지. 서로 알을 품을려고 다투기도 하구. 거의 한 달에 한 번 새끼를 깐다고 봐야지."
할아버지는 2년을 기른 새의 고수답게 청산유수처럼 새의 생리에 대해 설명하신다. 사실 매달은 아니더라도 1년에 5~6회 번식을 할 정도로 번식력이 좋은 새임에는 틀림없다. 알을 품는 기간이 약 14일이고 새끼를 돌보는 시간이 고작 20일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새의 수명이 대략 5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라는 걸 감안하면 쉬이 이해가 된다. 십자매는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다는 관상조이다.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여 '십자매十姉妹'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암놈인지, 수놈인지는 어떻게 구분하죠."
" 그게 조금 힘든디. 우는 소리로 구별을 할 수 밖에 없지. 울음소리가 방울소리처럼 크면 수놈이고 소리가 약하면 암놈이여. 단박에 알기는 어렵지."
할아버지 말씀대로 십자매의 암, 수 구별은 새를 처음 키우는 초보자가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십자매는 주로 무얼 먹습니까?"
" 어. 사료가 따로 있는디. 주로 좁쌀 같은 거 먹지."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으니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가게 안에 들어오셔서 이야기에 동참을 한다.
" 기자 분인가 벼." "아니에요. 그냥 떠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려. 그럼, 우리 할아버지 사진 좀 보내주어. 지금 뽑을 수는 없겄지. 나중에라도 들리면 꼭 주어."
"예. 할머니. 1년에 한 두 번은 이 주위를 오니까. 그 때 꼭 들리도록 하지요"
하며 다음에 꼭 들리어 사진을 드리기로 약속을 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게 이름을 여쭈어 보니 할아버지 대답이 걸작이다.
"슈퍼"
우문현답이다.
"할아버지 그거 말고요. 슈퍼 앞에 ㅇㅇㅇ슈퍼라고 보통 이름이 있잖아요"
"아. 이ㅇㅇ슈퍼여. 우리 아들 이름이지."
동네 삼거리에 가게를 연지도 20년이 넘었다는 여든 넷의 이종현 할아버지.
수천년의 세월에도 아랑곳없이 수려한 산세를 뽐내는 단양의 아름다운 자연처럼
세월이 할아버지를 비켜서 있었다.

스크랩 하러 가기 (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