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크기의 칼국수를 만드는 할머니
보경사 주차장에서 내려 일주문을 지나기 전 한 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칼국수 반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반죽을 미는 홍두깨의 크기도 크기지만
가로 세로의 지름이 1m가 훨씬 넘는 반죽의 크기에 놀랐습니다.
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니 밀가루 반죽은 얇은 옷감처럼 펼쳐졌습니다.
다시 밀기 위해서 옷을 개듯 반죽을 접기 시작합니다.
밀고, 당기고, 감고, 접고 , 펴고 이런 과정을 통해 반죽은 더욱 찰져 갑니다.
홍두깨에 반죽이 붙을까 염려하여 할머니는 쉬임없이 가루를 반죽에 뿌립니다.
가루를 뿌려 반죽에 골고루 묻힙니다. 반죽을 접는 과정에서 서로 엉켜 붙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84세인 조연희할머니는 수십 년간 이 일을 계속 해오셨다 하더군요.
반죽과 홍두깨가 너무 커서 할머니에게는 벅차 보이지만 할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반죽을 칼국수로 만듭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던 칼국수의 정성이 할머니에게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음식은 정성이다는 말을 할머니는 말없이 반죽을 밀었다 폈다 하면서 묵묵히 보여 줍니다.
이 식당의 칼국수는 제법 이름이 나 있는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도토리묵도 별미라고 하더군요.
점심을 먹고 보경사를 들렀는지라
할머니가 정성껏 만든 칼국수를 맛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오래된 고목처럼 할머니는 세상의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칼국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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