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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길 위의 사람들

대통령상 수상한 최고령 상쇠 82세 ‘천일초’ 선생님



 

대통령상 수상한 최고령 상쇠 82세 ‘천일초’ 선생님
- 최고령 상쇠 할아버지, 춤사위는 남달랐다.

 

 지난 17일은 여주 여행 첫날이었다. 이날은 운이 좋았다. 여주읍 중앙동 문화의 거리에서 여주 민족예술인총연합회가 주관하는 각종 문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여행지의 멋진 풍광을 보아도 좋겠지만 오랜만에 우리 옛 전통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라 더욱 신이 났다.


 

 풍물 길놀이를 시작으로 고사를 지내고 흔암리 쌍용거 줄다리기를 재현하는 행사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욕조로 변할 4대강을 우려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풍물패의 길놀이가 시작될 무렵 곱게 한복을 입은 노인 한 분이 사물놀이 장단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여행자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왠지 모를 기운이 노인의 어깨에서 느껴졌다. 뒷짐을 한 노인은 손에 꽹과리를 다부지게 쥐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예인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윽고 길놀이가 시작되고 한바탕 놀이가 이루어지자 노인은 무리 속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 그제야 그분이 상쇠였음을 알 수 있었다. 천일초 선생님.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점잖게 꽹과리를 치던 선생님은 몸에 흥이 붙자 꽹과리를 신들린 듯 치시더니 온몸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행여나 장단을 못 맞추는 이가 있으면 살며시 다가가 꽹과리로 이끌어내었다.


 

 한바탕 길놀이가 끝나고 선생님께 다가갔다. 주위가 소란스러워 인터뷰를 길게 할 수는 없었다. 선생님의 연세를 여쭈어보니 82세라 하신다.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정정한 모습에 순간 놀랐다.


 

 열일곱 살 때부터 꽹과리를 잡고 상쇠가 되셨다고 하니 햇수로도 어언 65년이나 되었다. 온몸에서 예인의 기운을 느낀 건 나의 매서운 눈초리가 아니었음을 그제야 이해를 하게 되었다.


 

 “ 아, 이제 못하겠어. 나이가 팔십하고도 둘이나 되었어. 이제 힘에 부쳐. 예전만큼 신명도 없고.......”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이어지는 고사 비나리에서 그의 구성진 가락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1978년 흔암리 쌍용거 줄다리기 대통령상을 수상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령 상쇠이시다. 그 뒤에도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셨으니 실로 대단한 분임을 알 수 있다.


 

 쌍용거 줄다리기는 여주군 내 12개 마을이 참여했던 큰 규모의 대동놀이로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이루어졌다. 줄은 암줄과 수줄로 나뉘는데 그 줄을 용(龍)이라고도 부른다.


 

 3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쌍용거 줄다리기는 일제 강점기에 중단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었다. 한때 수천 명이 남한강가에 모여 줄다리기를 했다는 것이 이제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지역에서는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선생님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옛 줄다리기에 대한 추억을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줄다리기가 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천혜의 땅 여주의 남한강가 백사장에서 수천 명이 운집하여 줄다리기를 한다면 여주가 가진 풍부한 관광자원의 촉매가 되어 문화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여주가 전국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닐까.


☞ 동영상을 플레이하시면 흥겨운 풍물과 천일초선생님의 꽹과리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동영상을 플레이하시면 천일초선생님의 구성진 비나리 가락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