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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담다

남해섬 다랑이논의 화려한 유채꽃 물결-두모(드므개)마을

 

남해섬 다랑이논의 화려한 유채꽃 물결-두모(드므개)마을

 

벚꽃이 지자 유채꽃이 봄의 생명을 이어간다. 오늘의 여행지는 남해, 여행자는 남해섬을 수십 번 넘게 번질나게 가곤 했었다. 보리암과 망운암을 비롯한 전망좋은 암자도 그렇거니와 창선 삼천포 대교에서 시작되는 해안로를 따라 지족개의 죽방렴, 물건리, 미조항, 송정, 상주해수욕장, 앵강만, 홍현, 가천다랭이논, 사촌을 거치는 3번, 19번, 1024번 해안도로는 남해 여행의 백미이다.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남해에서 10여 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자암 김구는 '「화전별곡」-화전은 남해의 옛 이름'에서 남해의 그림같은 풍경과 따뜻한 인심을 노래하고 남해섬을 일점선도(一點仙島)라고 표현하였다. 한 점 신선의 섬. 남해를 여행자는 다시 찾았다.


 
남해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상주해수욕장 방면으로 길을 잡았다. 나비의 잘록한 허리 모양인 앵강만 삼거리를 지나 짙푸른 바다와 나란히 달리다 보면 금산으로 가는 길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섬 하나가 길손을 맞이한다.

 
노도. 서포 김만중이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을 쓴 유배지였다. 옛날 삿갓섬이라 불리다 임진왜란 때 이 섬에서 배의 노를 많이 만들어서 노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서포는 '한양에서 천사십오리' 떨어진 남해바다 섬 속의 섬, 노도에서 56세의 나이로 쓸쓸히 생을 마쳤다.


 

아득한 섬들은 구름이 내려앉은 바다 건너에 있고

방장봉래봉은 가까이 있도다.

육친인 형제 숙질과는 떨어져 홀로 외롭게 살건만

남들은 나를 신선으로 알겠구나.

                                                             ------- 김만중

 
노도가 바라보이는 마을이 벽련마을이다. 벽련마을에서 다시 고개를 넘어서면 두모마을이다.
 이곳은 가천 다랭이마을에 버금가는 다랑이논이 펼쳐져 있다.

 
금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에 다랑이논을 일구었다.
19번 국도변 아래에서 시작되는 다랑이논은 노도가 지척에 보이는 바다까지 펼쳐진다.


두모마을. 원래는 '드므개'라는 이름이었는데, 마을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두모'로 바뀌었다. '드므'는 물을 채우는 큰 항아리를 뜻한다. 즉 드므개마을은 '큰 항아리처럼 담긴 바닷가'의 마을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옛날 어떤 도사가 길을 지나다 마을 이름을 두모라고 부르면 부귀할 것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혹은 마을의 생김새가 콩을 닮았다 하여 두모라 이름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드므개마을은 또한 우리나라 유일의 4계 성씨촌 마을로 전해진다. 마을 윗쪽은 박씨촌, 아래쪽은 손씨촌, 송림 윗쪽은 김씨촌, 아래쪽은 정씨촌의 씨족간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최근 이 두모마을의 다랑이논에 유채를 심어 3월 말부터 지금까지 유채꽃의 화려한 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로 대표되는 유채꽃은 이제 더 이상 제주도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창선 삼천포대교의 유채꽃이 크고 작은 섬들이 즐비한 다도해의 절경과 대교가 빚어내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이곳은 층층 다랑이논과 포구, 노도와 바다가 유채꽃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유채꽃의 노란 물결이 바다에 일렁이고 논두렁을 한가로이 오가며 봄을 완상하는 즐거움이 이곳에 있다. 갓 피어난 철쭉이 봄의 완연함을 부추기고 논바닥의 붉은 자운영이 봄을 기름지게 한다.

 
도시에서 온 여인들과 아이들은 유채의 화려함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다 간혹 길을 잃어 버리곤 한다. 그래도 좋다. 길을 놓아 버리고 아예 봄 속에 묻혀 버린다.


 
두모마을의 유채밭은 한가롭다. 농로를 따라 봄길을 걷고 논두렁을 따라 꽃길을 가만히 걸을 수 있는 곳. 아직 외지인에게 덜 알려져 있어 나만의, 가족만의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분명 행복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현재 두모마을은 개매기, 갯벌 바지락 캐기, 선상 어부 등의 바다 체험과 마늘, 모내기, 시금치 등의 농사 체험, 금산 오르기 등의 등반'역사 체험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하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드므개(두모)마을
앞에는 조그마한 백사장이 있다.
진한 연둣빛의 파래가 해변 몽돌을 덮고 있어 갯내와 더불어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 여행팁 두모마을은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에 있다. 
남해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상주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면 된다.


창선, 삼천포 대교 유채꽃 보기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
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