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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제주도 건국신화의 신비를 간직한 '삼성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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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 입구의 돌하르방

흔히 제주를 신화와 역사의 땅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제주도의 겉에 불과하다면 건국신화의 신비로움에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는 제주도 만의 신화와 역사야말로 제주땅 깊숙이 흐르고 있는 참모습이다. 삼성혈을 찾는 것으로 제주도 여행은 시작되었다. 제주의 뿌리를 알아야만 이번 제주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나름의 믿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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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시문 앞의 돌하르방 선대로부터 소장하던 것을 1963년에 고춘호라는 분이 기증했다는 표지석이 있다.

입구의 돌하르방 두 기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홍살문을 지나 건시문 양 옆에도 돌하르방이 두 기가 있다. 제주도를 통틀어 총 47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만 네 기가 있다. 신화의 땅을 호위라도 하듯 눈을 부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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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시문

건시문을 지나면 온통 나무들이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삼성혈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들리는 건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의 속삭임 뿐이다. 울창한 수림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는 것만 해도 무더위를 단번에 날릴 정도로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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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각에 잠시 앉아 다리쉼을 하였다. 서늘한 바람을 쐬니 온갖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제주도 탄생설화의 시조는 왜 세 사람일까? 육지의 건국신화 시조가 대개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알에서 태어나는데 왜 세 을나는 땅에서 솟아났을까? 신화는 따지기보다는 신비속에 묻어 두는 게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제주도 신화는 여느 신화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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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각

박돌이 깔린 길이 정겹다. 하늘을 향해 뻗은 녹나무가 듬직하다. 신화의 땅은 가는 길도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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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에 가려 하늘조차 보이지 않더니만 '삼성혈'에 이르러서야 하늘이 겨우 보인다. '모흥혈興穴'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대접처럼 구덩이가 패여 있다. 세 을나가 이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품자 모양의 세 구멍이 있다고 하나 멀리서 보아서인지 그 형태가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일설에는 이 구멍이 바다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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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혈

제주도의 시조인 고을나高乙那, 양을나良乙那, 부을나夫乙那라는 세 을나(三神人)는 이곳에서 태어나 수렵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배를 타고 온 벽랑국의 세 공주를 맞이하여 혼인을 하였다. 그 유적이 선산읍 온평리의 혼인지婚姻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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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이 벽랑국의 세 공주 일행이 가져온 오곡 종자와  송아지, 망아지 등으로 농경생활이 시작되었으며, 탐라 왕국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신화는 원래 세 을나가 혈거(동굴)생활을 하다 바다를 통한 외래 문화의 유입으로 본격적인 농업과 목축생활을 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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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와 삼성전

삼성혈을 지나면 아름드리 녹나무숲에 삼성전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300여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는 세 을나의 위패를 봉안한 성전이다. 조선조 숙종 24년인 1698년에 세워진 후 수 차례 중수 하였다. 삼성전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후손들이 제사를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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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화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는 삼성혈은 깊은 수림에 둘러싸여 있어 한층 신비롭다. 무더운 여름 북적거리는 제주의 관광지를 피해 삼성혈에서 영혼의 휴식을 얻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이곳에는 54종 1,021그루의 나무가 있을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녹나무와 구실잣밤나무, 팽나무 등 나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삼성혈 외에도 세 을나와 관련된 유적으로는 활을 쏘았던 쌀손장오리, 삼사석, 혼인지, 세 공주가 상륙한 연혼포(삼성녀 표류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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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

삼성혈을 찾아가려면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면 된다. 제주도 여행은 대부분 네비가 장착된 렌트카를 사용하니 별도의 길안내는 무의미할 것이다. 이곳은 여행자가 제주도 여행 중 네비게이션을 쓴 몇 안되는 장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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