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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짜투리 시간에 가볼만한 '용연과 용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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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애초에 계획이 없던 여행지를 우연히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전날 밤까지도 다음날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그냥 자버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일단 숙소를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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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들러 차에 가스를 충전하고도 멍하니 있었다. "차 빼세요.'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시동을 걸었다. '그래. 일단 용두암에 가서 오늘 일정을 잡자.' 마음을 다잡고 해안으로 차를 돌렸다. 용두암 가는 길에 보니 '용연'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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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 가득한 제주도 관련 책자를 이리저리 뒤져 보았다. 제주 10경에서 이곳에서 밤에 뱃놀이하는 흥취(용연야범龍淵夜帆)와 서귀포의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의 웅장한 소리(서진노성西津怒聲)를 덧붙여 '제주 12경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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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앞에 구름다리가 놓여 있었다. 절경이다.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계곡 언덕에는 정자를 지어 용연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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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龍淵은 제주시 북서쪽을 흐르는 한천漢川 하류의 연못과 같은 곳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용담동의 동한드기와 서한드기 사이의 소를 말한다. 취병담翠屛潭 혹은 용추龍湫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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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는 200여 미터로 짧지만 높이가 7~8m에 달하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하천을 둘러싸고 있어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한탄강에서나 볼 수 있는 협곡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집이나 건물들은 놀랍게도 계곡 양쪽 언덕 위에 서있다. 사실은 계곡이 땅밑으로 깊게 파인 것이다. 정자에서 더위를 피하고 계곡을 따라 난 산책로를 천천히 산보를 해도 20여 분이면 족히 다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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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의 이 아름다운 절경에 반하여 옛부터 제주 목사가 교체될 때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었으며,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는 풍류의 장소였다.

이리저리 구비친 절벽은
신선과 무릉도원으로 통하는 곳인 듯
홀연히 바라보니 조각배 떠오네
어쩌면 신선을 만날 수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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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은 또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옛날 제주도에 수년동안 가뭄이 들었는데 하루는 고대정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것이라고 하여 관가에 끌려 왔다. 무당은 아니었지만 뱉은 말이 있어 재물을 차리고 굿을 하였으나 칠일이 지나도 비가 오지 않았다. 목숨이 위태해진 그가 울면서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애원을 하자 먹구름이 몰려 왔다. 이에 고대정은 굿판에 만들어진 용의 몸 안에 들어가 춤을  추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고 한다. 이후로 이곳을 '비를 내리게 하는 용이 살고 있는 물'이라 하여 용연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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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에서 용두암은 지척이다. 대개 사진보다 실제의 풍경이 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지만 이곳 용두암만큼 실망스러운 곳도 없을 것이다. 달력이나 관광책자를 보면 일출과 함께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용두암이 경이롭기까지 하지만 실제는 높이10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눈으로 보기에도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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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커먼 화산석과 푸른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용두암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장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용두암은 200만년 전 뜨거운 용암이 분출하다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굳어진 것이다. 옛날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러 왔다 산신령의 화살에 맞아 죽었는데 그 시체가 굳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혹은 용이 한라산 산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하늘로 달아나려다 산신령의 화살에 맞아 바다로 떨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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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과 용두암은 제주시 용담동에 있으며 제주도 기념물 제57호다.
공항에서 가까워 비행기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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