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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원시림 빽빽한 산정호수 '물찻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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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목석원을 거쳐 제주마 방마지가 있는 견월악(개오리오름)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5.16도로라고도 불리는 1131번 도로와 산굼부리 방면인 1112번 도로의 갈림길이다. 여기서 1112번 도로를 따라가면 삼나무 등 숲이 울창한 멋진 비자림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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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멋진 비자림로를 따라 다랑쉬오름으로 곧장 갈 계획이었다. 도로 한 켠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물찻오름'. 처음 들어보는 이 오름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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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가는 길은 숲이 울창하였다. 십여 분을 자동차로 천천히 들어가도 이 비포장길은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숲은 깊다 못해 두려운 마음마저 생길 정도로 원시림으로 가득하였다. 가끔 들리는 새소리 외에는 적막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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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도 오름가는 중간 표지판이 나오지 않았다. 한 이십여 분을 달렸을까. '물찻오름'이라는 표지석과 함께 안내판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였다.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아니면 산정호수에서 물이 흘러나와서인지 오름가는 산길은 질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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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잘 보이질 않을 뿐더러 인기척 하나 없다. 지리산도 십수 번을 다녀왔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무언가 푸다닥 하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노루였다. 저도 놀라고 나도 놀란 마음에 한동안 멍하니 있다 수인사를 건네었다. 한참을 서로 응시하다가 노루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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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오르니 멀리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숲이 하도 울창하여 하늘마저 가리더니 이제서야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상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하였다. 사위가 조용하여 바람마저 잠이든 원시림속의 산정호수가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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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호수를 보려 서두르지 않았다. 오름을 제대로 볼려면 분화구 언덕을 따라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수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여 분화구 둘레를 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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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반대쪽의 오름 둘레는 천길 낭떠러지이다. 둘레가 약 1km라 하니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멀리 한라산 방면과 남쪽의 오름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이미 방향감각을 잃어 정확히 알 도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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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분을 돌자 돌탑이 나왔다. 등산객들이 쌓았나 보다. 예전 이곳에는 화산석들이 많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채취당하여 일부만 남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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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이 돌탑과 누군가 매달아놓은 새집이 전부였다.  돌탑에서 조금 떨어진 샛길을 잡아 호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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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두려운 마음과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호수의 빛이 푸르다 못해 짙은 검은빛마저 돈다. 녹색의 숲이 호수에 잠기어 녹색을 띄더니 하늘이 또 한 번 잠기어 하늘빛을 만들어낸다. 검은 화산석이 다시 물아래를 검게 비추어 한 호수에 세 가지의 색을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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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너무도 적막하여 신령이 나타날듯한 기묘함과 족히 수천년은 묵었을 법한 이무기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이따금 들리는 새소리마저 영혼의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사방은 스산한 고요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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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찻오름'은 제주도의 기생화산 중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가 있는 몇 안되는 오름이다. 높이는 717m이고 정상의 분화구(굼부리)에 물이 고여 있고 오름 둘레가 '찻'과 같다고 하여 '물찻오름'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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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찻오름은 조천읍 교래리에 있다. 조천읍과 남원읍, 표선면의 3개 읍면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제주시에서 5.16도로인 1131번 도로를 따라가다 조천읍 교래입구에서 산굼부리 방면인
 1112번 도로를 잡으면 길 오른쪽에 안내판이 있다. 여기서부터 오름까지는
 5,7km로 트래킹하기에 적당한 코스이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여기에서 다음 안내판까지 차로 가서 오름을 오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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