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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

걷기 좋은 가을 단풍 산행, '봉화 청량산'


 

걷기 좋은 가을 단풍 산행, '봉화 청량산'

- 청량산 선학정- 청량사-청량정사-오산당-입석-선학정


  청량사 해우소 옆길로 들어서면 오산당과 입석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도산서원을 지나 낙동강을 옆구리에 끼고 가는 35번 국도는 청량하기 그지없다. 광석나루에서 골짜기로 접어들면 청량산 안쪽으로 다가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기 전부터 차와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이다.


 

 수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그 호젓함과 산세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해질녘까지 머물렀던 기억이 났다. 단풍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등산객에게만 알려져 있던 청량산이 불과 수년 만에 이렇게 번잡한 곳으로 바뀌리라고는 예상은 했어도 믿기는 어려웠다.


 

 지난 주 4일 동안 전국을 혼자 주유하다 집에 오니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하니 단풍이 물든 산길을 무한정 걷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단풍이 절정일 것으로 기대되는 청량산과 경북북부를 택하였다. 나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산꾼의 집. 바로 옆에는 퇴계 이황이 공부를 했던 청량정사(오산당)가 있다.

 초입부터 차가 더 이상 오를 수 없어 일찌감치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 선학정에서 청량사가는 길을 잡았다. 여섯 살 아이가 있어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은 불가능하여 짧지만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청량사에서 입석까지의 산길을 걷기로 하였다.


 

 선학정에서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계곡이 옆에 있어도 가파른 경사로 인해 당혹스럽다. 경사가 심해 내려오는 이들이 뒷걸음으로 힘겹게 내려온다. 같은 길로 오르내리기는 단조로워 하는 수 없이 이 길로 오르고 청량사에서 산길을 잡아 입석으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청량산은 봉우리가 36개나 있다. 그럼에도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기보다 제각기 솟아 있는 모습이여서 풍광이 수려하다. 이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예부터 ‘소금강’이라 불렸으며 이 봉우리 기슭에는 66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청량사가 있다. 또 신라의 명필 김생과 고운 최치원도 이 산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청량사 해우소 옆 산길로 접어들어 얼마간 가면 청량정사가 나온다. 퇴계 이황이 공부했던 곳으로 안동부사를 지낸 퇴계의 숙부 송재 이우가 건립한 정자이다. 송재 선생이 이황을 비롯하여 온계 이해, 조효연, 오언의 등을  가르치던 곳이다.


 
입석가는 산길에서 본 청량사

 퇴계 이황은 당호를 청량산인이라 지을 만큼 청량산을 좋아하였다. 도산서원을 지을 때도 지금의 도산서원과 이곳을 두고 끝까지 망설였다고 한다. 퇴계가 공부하던 곳에 후세의 문인들이 건물을 짓고 ‘오산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량정사 옆에는 ‘산꾼의 집’이 있다. "오고 가고 아픈 다리 약차 한 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구려" 오가는 이들이 잠시 차 한 잔 하며 쉴 수 있는 곳으로 산꾼 이대실씨가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외출 중이신가. 아니면 몰려든 등산객들이 워낙 많아서였을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으로 젖어 들었다.


 

 산꾼의 집에서 길은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곧장 입석을 향해 산길을 잡았다. 입석까지는 평탄한 산길이다. 아이도 힘들다는 내색 없이 잘도 걷는다.


 

 단풍이 곱다. 단풍은 꼭 붉어야 제 맛일까. 온통 붉은 내장산 단풍보다 여행자는 은은한 단풍을 더 좋아한다. 초록빛, 연둣빛, 노란빛, 붉은빛 등 갖은 색이 섞여 있을 때 단풍은 가장 매혹적이다. 화려함은 순간의 감동을 줄 뿐이지만 은은함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청량산은 언제 가도 좋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싱그러운 봄 청량산을 거니는 맛도 기억에 남지만 고운 단풍이 아롱진 가을 청량산도 제격이다. 험하지도 거칠지도 않은 이 산길을 가족과 함께 호젓하게 걸으니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꼭대기에 오른 것이나 진배없었다. 청량산의 참맛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이 산길을 걷는 데에 있다.



 ☞여행팁 청량사에서 오산당을 거쳐 입석까지는 약 1.2km 정도로 쉬엄쉬엄 걸어도 채 40분이 걸리지 않는다. 입석에서 다시 선학정으로 돌아오는 데는 10여분 남짓 걸으면 충분하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