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삶이 팍팍하고 고달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수도, 끝에 이르렀다고 느껴질 수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 그것은 진정 끝이 아닐 수도 있다. 끝까지 왔다는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때에는 한 번 왔던 길을 반추해보며 같은 길이라도 전보다 훨씬 나은 길가는 법을 터득하리라.
모슬포항에서 배에 올랐다. 멀리 산방산과 송악산이 보인다. 송악산에서 보았던 가파도와 마라도를 이제서야 가보는 것이다. 배 위에서 보는 가파도와 송악산, 산방산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햇살이 따가운데 비해 바람은 서늘하다.
마라도.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한반도의 마침표. 어떠한 수식어구를 붙여도 나에게 마라도는 상상속의 섬이었다. 여느 섬들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운 풍광을 기대하기보다는 마음속의 울컥하는 무언가와 상상속의 아득하고 아련한 무언가에 이끌려 마라도를 찾게 되었다. 마라도가 마치 전설속의 섬인 '이어도'인 양 환상과 기대속에 마라도를 찾은 것이다.
마라도는 사방이 가파른 기암절벽이다. 선착장이 있는 곳에는 해안절벽이 성벽처럼 깍아지른 듯 솟아 있고 해식동굴들이 눈에 띈다. 섬전체를 통틀어 모래사장 하나 없는 해안은 암반으로 되어 있다. 섬의 면적은 10만 평 정도이다.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부터 라고 한다. 대정읍에 살던 김씨 성의 사람이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자 고을 수령에게 무인도인 마라도를 개간하여 살 수 있도록 간청하였다. 관의 허가를 받고 모슬포에 살던 이씨, 강씨와 함께 마라도로 건너온 것이 이 섬에 사람이 살게 된 시초라고 한다.
지금은 나무 한그루 없는 드넓은 초원지대로 조성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원시림이 울창하였다고 한다. 마라도로 건너간 사람들이 경작지를 만들고자 숲을 태우고 땅을 일구어 농작물을 재배하였다. 농사가 풍작을 거두자 이후 마라도로 이사온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마라도에 발을 디뎌 절벽 계단을 오르면 제일 먼저 짜장면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온다. 섬을 도는데 차량이 있지만 걷기로 하였다. 시계반대방향으로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새로 지은 집들도 많이 생긴 모양이다. 섬 중앙에 마을이 있는데 돌담에 둘러싸인 슬레이트지붕을 한 집들이 아직도 더러 남아 있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선인장군락이 보인다. 제주도 손바닥선인장이라고 하는 이 선인장은 백년초다. 백년에 한 번 꽃이 핀다 하여 백년초라 불린다. 이 선인장은 멕시코가 원산지로 해류를 타고 밀려온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언제부턴가 바위틈에서 자생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망망대해에 한 점 떠 있는 마라도는 태평양의 중요 지점이다. 탁 트인 바다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태평양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것이 '마라도 등대'이다. 세계 각국의 해도에 표시될 정도로 마라도 등대는 뱃길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이정표이다.
담수화시설을 지나면 멀리 산방산과 가파도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알살레덕'을 지나 바닷가 암반 위에 육지의 서낭당같은 돌무지가 보인다. '할망당'이다. 본향당, 비바리당, 처녀당, 아기업개당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할망당은 돌담을 둥글게 쌓고 그 안에 제단을 만들었다. 마라도의 안녕과 해녀들의 험한 물질을 지켜주고 뱃길을 무사하게 해주는 본향신本鄕神을 모시고 있다.
마라도는 그 아름다운 풍광도 그렇거니와 환상과 상상에 젖어 한 번쯤 찾을만하다. 배타는 곳은 모슬포항과 송악산 아래에 선착장이 있다. 요금은 어른 기준 1만 5천원이다. 섬을 돌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으므로 노인분들이나 아이들이 함께 가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천천히 걸어서 다녀도 1시간 정도면 섬을 다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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