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정에서 개울을 건너면 대산리가 있다. 예전에 이 마을에 큰 절이 있어 '대사리大寺里, 큰절마을, 한절골'로 불리기도 하였다. 대산리 마을 절터에 4구의 불상이 있다. 보물 제71호인 '대산리석불'이다. 가까이서 보면 불상임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마을을 지키는 장승처럼 보인다.
석불은 비를 머금어 짙은 회색빛이지만 실제로는 붉은색이 감도는 석질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고려 초기의 불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로 떨어져 있는 보살상과 목이 없는 불상, 조각이 뚜렷한 두 기의 불상을 합해 모두 4기가 있다.
목이 없는 불상은 어깨와 가슴이 드러난 법의를 입고 있다. 양쪽에 있는 두 석불은 주불인지는 모르겠으나 손모양으로 봐서 아미타불로 추정하고 있다. 서 있는 두 석불은 얼굴 윤곽 뿐만 아니라 옷주름 또한 선명하다. 무릎 부분의 옷주름이 바지를 덧대 기운 것처럼 보여 흥미롭다.
두 석불이 입고 있는 것은 법의가 아니라 마치 우리의 옛 의복을 입고 있는 듯하다. 타원형의 옷주름이 특징적인데 이는 고려시대의 지방화된 석조보살상에서 주로 보이는 특징이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이 불상들은 조용한 마을과 수백년을 함께 지내온 것이다.
"여기 유서깊은 이 절터에 심어졌던 늙은 느티나무는 오랜 세월과 역사속에 천수를 누리다 가고 그 자리에 본동 출신 고동원, 조용수 어른께서 어린 느티나무를 심어 이렇게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 고마움을 기리고져 이 돌에 새깁니다. 1993년 4월 3일 성산후인 이창숙 글짓고 쓰다. 앞으로도 사나운 비바람에 꿋꿋이 잘 자라리라."
석불의 지붕이 되어주고 있는 느티나무 아래 비석에 쓰여진 글귀이다. 큰 절이 있었다는 자부심과 그 절터에서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석불, 기꺼이 석불의 지붕이 되어준 느티나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애정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절은 사라졌어도 석불과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바람대로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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