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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천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풍나무숲은 바로 이곳!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풍나무숲은 바로 이곳!

-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사리 문수사 단풍나무숲


진정한 단풍나무숲을 찾아서

 온 나라가 단풍으로 떠들썩한 가을의 막바지이다. 단풍은 원래 단풍나무 과나 속에 속하는 걸 말하지만 황엽, 갈엽, 홍엽 등을 포함하여 아름답게 물드는 모든 나무들을 흔히 단풍이라는 말로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 사실 굳이 단풍나무가 아니더라도 마지막 잎이 떨어지기 직전 대개의 잎들은 자신만의 색을 발하여 아름답기 그지없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단풍 명소는 대개 다 둘러보았지만 한번쯤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여행자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일까. 단풍나무만으로 군락을 이루어 단풍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행지는 없는 것일까. 전북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이곳이 바로 여행자가 찾던 곳이었다.




일기예보로 인해 차질을 빚다.
 
 문수사 단풍나무숲을 찾기 며칠 전부터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는 점치고 있었다. 두 달 준비한 울릉도 여행도 기상 악화로 하루 전날 포기해야 하는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마음만은 편치 않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9월부터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시작된 가을여행으로 인해 소원해진 벗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문수사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시면서도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어쩌지.’염려하다 만취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다음날 술이 덜 깬 상태로 아파트 베란다 문을 먼저 열어 보았다. ‘젠장’ 약간 흐렸을 뿐 비는 오지 않았다.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세상에 믿을 수 없는 건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금방 출발했습니다. 이내 도착합니다.’와 일기예보라며 투덜투덜하며 길을 나섰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붉은 단풍을 고대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하늘을 보았다. 점차 맑아오는가 싶더니 이내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올려나 걱정을 하면 해가 배시시 나타났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3시간 남짓하여 은사리에 도착하였다.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들판을 뒤로 하고 자동차는 야산으로 접어들었다. 높은 산이 없는 이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과연 단풍나무숲이 있겠는가하는 의문은 머지않아 끝이 났다. 신기계곡. 들판에서 야트막한 산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제법 너른 암반 위를 흐르는 깊은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산모롱이를 몇 번 도는가 싶더니 산중 마을이 나타났다. 은사리 마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얼마간 오르니 문수사 일주문이 보였다.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기념물 단풍나무숲

 주차장에는 차 몇 대만 있고 간혹 사진 찍는 이들이 오갈 뿐 사위는 조용하였다. 일주문 사이로 목을 길게 빼고 숲길을 살짝 들여다보니 붉게 물든 단풍은 듬성듬성 보였을 뿐 나머지는 아직 초록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탓할 게 아니라 나의 급한 성미와 오랜 여행 속에서도 단풍 시기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어설픔을 나무라야 했다.


 인근 마을에도 이미 단풍이 들었건만 이곳은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래야 다음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신 뒹구는 갈색의 낙엽과 중간 중간 붉고 노란 단풍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이들은 짙은 숲길을 달리며 오랜만의 자유를 맛본다. 잠시 후 작은 주차장으로 쓰였을 제법 너른 공터에 도착하였다. 이곳부터 은사리 단풍나무숲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사리 단풍나무숲은 수령 100년에서 400년으로 추정되는 단풍나무 500여 그루가 문수사 입구에서 문수산(청량산) 중턱까지의 숲에서 자생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만 해도 10~15m가 족히 되며 가슴의 둘레도 2~3m에 달하는 노거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단풍나무숲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숲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은사리 문수사 단풍은 11월 10일 전후가 절정일 것으로 예상

 어른 둘이서 팔을 뻗어야 겨우 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곳곳에 보인다. 아직 잎은 푸르지만 일부 작은 단풍나무들은 이미 빨갛게 물이 들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짧지만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숲을 지나니 문수사로 오르는 예쁜 돌층계가 있다. 단풍잎을 줍는 이들과 사진 찍는 사진가들로 제법 붐볐다.


 초록을 그대로 지닌 잎, 노란색으로 물든 잎, 갈색의 낙엽, 붉은 단풍,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각자의 색을 내며 황홀한 늦가을의 정취를 여행자에게 선물하였다.



 자장율사가 의자왕 4년인 644년에 창건하였다는 문수사 경내를 참배하고 거북이 모양의 샘이 콸콸 쏟아내는 가을을 시원하게 마셨다. 현재의 상태로 보아 문수사 단풍은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 왼편의 나무들이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다. 이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여행지 소개는 여행자의 필요악

 이곳은 근래 들어 조금씩 알려지고 있음에도 아직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여행자는 이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된다. 사람이 많이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이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당 지자체에서 번듯하게 길을 내고 각종 음식점과 대형 주차장 등 난개발을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축령산으로 넘어가는 비포장길 트레킹코스도 있어 더욱 걱정이 앞선다. 그냥 지금처럼 걸을 수 있는 길로 남겨 둔다면 아마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못지않은 ‘걷기 좋은 길’이 될 것이다. 좋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여행자의 일이기도 하지만 간혹 망가져가는 여행지를 보면 후회가 밀려들기도 한다.


 
  흔히 인터넷에 선운사나 내장산 단풍이 천연기념물로 등록되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여행자도 혹시 잘못 알고 있나 싶어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통해 일차로 확인하였고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식물)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하여 최종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은사리(문수사) 단풍나무숲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단풍나무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