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야의 숨결을 찾아 함안땅에 왔습니다.
뉘엿뉘엿 넘어가던 봄이 잠시 주춤하던 날이었죠.
"아라가야"
안라국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이 이름이 더 예쁩니다.
황금교송 솔잎 끝부분 1cm 정도만 황금색이다. 수령은 50여 년 이고 나무의 키는 15여 미터이다.
제일 큰 봉분인 4호분 곁을 지나니 조금은 색다른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병이 들어 잎이 누렇게 변한 걸로 생각하였습니다.
가까이 다가 서니 잎의 끝자락만 황금색이었습니다.
"황금교송黃金絞松"
솔잎 끝부분 1cm 정도만 황금색을 가진 특이한 소나무였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경북 울진지방과 이곳에서만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천기목이라 불리며 잎의 기저부를 빼고는 황금색을 지닌 '황금소나무'와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황금소나무는 현재 조직배양을 하여 대량 재배까지 가능하게 되었지요.
이 잘난 소나무를 보니 여행자의 마음이 흐뭇하였습니다.
마음이 흐뭇한 이유는 특별한 소나무와의 만남 때문은 아닙니다.
주위 소나무와 아무 꺼리낌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인간이 두른 보호책이 마뜩잖지만 그마저 없으면 이 소나무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겠지요.
잘난 사람들은 대개 남과의 차이를 두어 자신을 포장하게 됩니다.
만나는 사람도 가리게 되고 남과는 다른 문화생활을 해야 자신이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인간들을 '무대 위의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무대 위의 화려함을 사람들이 올려다 보니 얼마나 뿌듯할까요.
이 '무대 위의 사람' 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대 위로 올라갈려고 기를 쓰며 '무대 위의 사람'의 수족노릇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이 소나무를 보며 여행자도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래로 아래로'
물이 아래로 흐르듯 그렇게 살아가리라 다짐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인생은 덧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아라가야의 옛 무덤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저물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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