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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천년

세금을 내는 부자 나무, '석송령'

세금을 내는 부자 나무, '석송령'


안동문화권에 속하는 예천은 유서 깊은 고장이다. 오랜된 종가와 고택이 '물이 좋은 고장' 예천과 함께 해 왔다면 이 고장의 역사를 600여 년이나 보아온 소나무가 있다. '석송령'이다. 


감천면 천향리 석평마을 입구에 있는 석송령은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나무의 그늘도 넓어 그 면적이 324평이나 된다. 가슴 높이의 둘레가 4.2m, 키가 10m에 이르는 큰 나무로 수령은 약 60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이나 가지가 뻗은 넓이에 비해 키가 그다지 크지 않는 것은 반송이기 때문이다. 위로 곧게 자라는 여느 소나무 와는 달리 반송은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길게 자란다. 하늘을 향해 자라기보다는 가지를 옆으로 한없이 뻗어 그 넉넉한 그늘로 오랜 세월 마을사람들을 보듬고 감싸안아온 나무는 개인의 영달보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인간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600여년 전 풍기지방에 큰 홍수가 나서 석간천을 따라 떠내려오던 나무를 지나가던 과객이 건져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한 일본인이 이 나무를 베려하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지금은 마을의 단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목이 되어 있다.


일제시대인 1927년에 자식이 없던 이 마을의 이수목이라는 노인이 마을 당산나무인 이 소나무를 몹시 아껴 전 재산이던 땅 6,600㎡(2,000평)을 이 소나무에 희사하고 자신이 죽은 후에 무덤을 돌보고 제사를 지내줄 것을 부탁하였다. 마을사람들은 그 뜻을 받들어 "석평마을의 영험있는 소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石松靈이라 이름짓고 석송령보존계를 만들어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석송령은 나무로서는 보기 드물게 토지를 가지고 있어 세금을 내는 부자 나무이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에는 이 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낸다.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어 너무 무겁다 보니 곳곳에 돌기둥과 쇠기둥을 세워 가지를 받쳐주고 있다. 나무가 베푼 넉넉함에 인간이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일까. 그 사람들로 인해 나무는 철책을 둘러 보호를 받고 있다. 석송령은 천연기념물 제294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