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촬영지, 송태하 일행이 운주사를 택한 이유
추노 11회(2월 10일) 방송분에서 운주사가 다시 나왔다. 송태하(오지호)가 곽한섬, 언년이와 함께 원손을 데리고 옛 부하들을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운주사였다. 이대길(장혁)은 최장군이 우연히 주웠던 밀지의 수수께끼를 통해 송태하가 운주사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뜻을 펴지 못한 미륵이 누워있다"는 밀지의 내용을 유추하여 미륵이 누워있는 곳은 팔도에서 단 한 곳, 운주사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송태하는 운주사에서 그의 옛 부하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소현세자의 아들인 원손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게 된다.
자 그럼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기게 된다. 송태하가 옛 부하들을 규합하고 원손에게 예를 올리는 곳으로 팔도의 많은 산사들을 제외하고 왜 하필 운주사를 택하였을까.
송태하는 지난 9회분에서 언년이에게 현실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대신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그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송태하의 이 말에서 운주사가 그런 소망에 부합되는 장소임을 엿볼 수 있다. 예로부터 운주사는 미륵세상이 도래하리라는 민중의 염원이 담긴 곳이었다.
운주사는 미륵신앙과 관련된 설이 널리 퍼져 있는데, 주로 운주사 부처들의 파격적이고 민중적인 이미지에서 뒷받침을 얻었던 것들이다. 이곳을 반란을 일으킨 노비들과 천민들이 미륵이 도래하는 용화세계를 기원하며 신분해방운동을 일으켰던 곳으로 추정하고 그들의 염원으로 천불천탑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설에서 미루어보면 <추노>에 나오는 송태하의 염원과 노비들의 해방 욕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운주사였던 것이다.
특히 운주사를 유명하게 한 것은 황석영의 <장길산>이라는 소설인데 천불천탑과 와불 이야기로 이곳을 미륵신앙의 성지로 만들었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 숙종 때로 운주사 천불천탑 창건과는 거리가 멀지만 후대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이다. 운주사와 미륵사상이 융합된 것은 창건시기인 고려 시대보다 훨씬 뒤인 조선후기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운주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누운 부처인 와불이다. 도선이 천불천탑을 하룻밤에 세울 때 맨 마지막으로 와불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공사에 싫증난 동자승이 닭이 울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불상을 세우지 못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불상은 실제로는 와불이 아니라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불상으로 이 부처가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는 설화가 후대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불상이 애초의 계획대로 세워졌다면 운주사의 중심불이 되었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추노 11회 방송분에서 "뜻을 펴지 못한 미륵이 누워있다"는 밀지에 의해 운주사 와불에서 송태하는 옛 부하들을 규합하고 새로운 의지를 보여준다. 바로 지금은 뜻을 이루지 못해 누워있는 와불이지만 이 부처가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는 믿음에서 이곳을 택하였던 것이다.
구름이 머무는 곳이었던 운주사雲住寺가 배를 움직이는 운주사運舟寺로 된 데에는 도선국사의 풍수비보설과 관련이 있다. 도선은 우리나라의 지형을 배의 형상으로 보고 배의 중심에 무게가 실려야 배가 안정된다고 하여 이곳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는 산이 많은 영남에 비해 호남은 산이 적으므로 배가 동쪽으로 기울어 일본으로 땅의 정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룻밤 만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운주사 유적들은 12~13 세기의 양식으로 보고 있어 도선이 살던 9세기와는 연대가 맞지 않다.
이외에도 신라의 고승인 운주화상이 돌을 날라다주는 신령스러운 거북이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마고할미가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운주사는 이처럼 창건된 연대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고려 중기에서 말까지 매우 번창했다가 정유재란으로 폐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돌부처 70구와 석탑 18기만이 남아 있으나, <동국여지승람> 등의 기록에 의하면 조선 초기까지는 천여 구의 불상과 석탑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고창읍성 객사
이대길과 최장군, 왕손이가 만나는 곳은 고창읍성 객사 옆의 솔숲이었다. 이대길이 운주사로 가기 위해 홀로 수많은 포졸들과 싸우며 말을 훔친 역참 장면은 고창읍성 객사였다.
객사 옆 작은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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