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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TV, 영화 촬영지

'달마야 놀자'촬영지, 김해 은하사

'달마야 놀자' 촬영지, 김해 은하사
- 김해 일대에서 가장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절집, 은하사

 
6가야의 맹주 가락국의 수도였던 김해는 부산의 거대함에 휩싸여 다소 번잡한 도시임에도 옛 가야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실체조차 불투명했던 가야의 자취가 이제 김해 사람들의 노력으로 하나 둘 복원되어 가고 있다. 경주가 그러하듯 이곳 김해도 이제 '가야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다소 번잡한 시내의 유물과 유적에 지친 여행자를 조용히 맞이하는 곳이 있다. 바로 신어산에 있는 '은하사'이다. 김해 곳곳에는 인도에서 건너온 허황옥과 관련된 지명이나 유적이 많다. 허황옥이 먼 바다를 건너 가락국에 처음 발을 디딘 '망산도', 수로왕과 수로왕비가 첫날밤을 치른 '명월사터', 허황옥과 함께 동행한 오빠 장유화상이 지은 절이 바로 이곳 '은하사'와 장유면의 '장유암'이다.


비록 인도에서 온 장유화상이 은하사를 창건하였다고는 하나 이 시기는 아직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기 전이라 다소 모호한 점이 없지 않다. 은하사는 원래 서림사라고 불리었으며 신어산의 별칭이 소금강산이여서 소금강사라 부르기도 하였다. 동쪽에 동림사는 현재 다시 산문을 열었다. 신어산의 옛 이름이 은하산인 까닭에 현재는 은하사라고 부른다.


김해 시내를 벗어나니 여기가 김해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산세가 수려한 신어산이 나타났다. 소금강이라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기암괴석이 즐비한 수려한 산세다. 한참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수년 전에 왔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절집을 오르는 길은 집채만한 바위를 깐 특이한 돌길이다. 연못은 메마르고 나뭇잎도 떨어져 다소 황량하지만 마음만은 평온하다. 굳게 닫혀있을 것만 같은 산문이 열려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김해평야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넓은 들판이 끝나는 곳에 수려한 산이 있다고는 여기에 서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비범 속의 비범보다는 평범 속의 비범이 돋보이는 이치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산문을 들어서자 이층 범종루가 신어산을 배경으로 늘씬한 자태를 드러낸다. 범종루 사이로 대웅전도 살포시 단아한 모습을 보인다. 단을 높여 주위 바위산과 절집이 잘 어울리도록 배치하였다. 대웅전을 오르는 화강암 돌층계가 다소 생경스럽지만 그 단아함만은 잃고 있지 않다.


이 단아함이 영화 촬영지로 당첨이 된 모양이다. '달마야 놀자'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촬영할 정도로 은하사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편안함을 주는 절집이다.


다만 절집에 들어서자마자 범종루 앞 절마당에 무분별하게 주차된 차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49재나 절에 급한 볼일이 있어 절마당에 주차를 했을 수도 있겠으나 주차장에서 절집은 불과 50여 미터 정도인 걸 감안하면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위 산세를 닮은 늘씬한 범종루를 사진에 담았지만 주차한 자동차로 인해 사진의 가치는 제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서림정'이라는 요사채에 최근에 담을 둘렀다. 몇 해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작은 연못과 앙증맞은 돌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은하사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 높은 담과 길쭉하게 판 연못만이 휑하게 남아 있었다.


해가 떨어지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절집에 어둠이 깔릴 즈음에 산길을 걸어 내려왔다.